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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느긋한 IT 산책

방통위 트위터 지적, 헛다리 아닌가? ①

얼마 전 한글화 된 트위터 메인페이지 타이틀.


트위터, 페이스북이 화제다. 국내 사용자수가 폭팔적으로 증가하는가 하면 유명인들에 대한 뉴스 소스도 트위터에서 발굴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더해 얼마 전 트위터 공동창업자가 한국을 방문했다고 하니 확실히 이제는 국내에서도 대세가 된 듯 하다.

그러나 얼마전 제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트위터 개인정보 유출 관련 보도자료는 좀 얼척없다는 느낌이 들어 소개좀 해보려고 한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트위터 사용자 200명의 ID를 통해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정리해 보니 이름(88%), 인맥정보(86%), 사진 등 외모정보(84%), 위치정보(83%), 관심분야 등 취미정보(64%), 스케즐 정보(63%), 가족 정보(52%) 등을 조사대상 중 절반 이상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었으며 의료정보(29%), 정치성향 정보(19%) 등 민감 정보로 분류되는 정보도 상당히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트위터를 좀 사용해 보신분이라면 여기서 좀 이상하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같은 사실은 우리나라의 블로그나 SNS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트위터는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는 커녕 실명을 쓰지 않아도 가입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가입승인을 받을 수 있는 이메일 뿐이다. 이메일 마저도 구글 이메일을 사용하면 국내에서 트위터 사용자가 실제 인물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제 사용자 인증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위치정보도 아예 처음 가입할 때 본인이 프로필을 편집하지 않으면 위치정보 표기가 안되는, 즉 기본값이 위치정보 미표시다.  (단, 이 예는 서드파티가 아닌 트위터 메인페이지를 이용했을 경우다. 서드파티는 이용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만일 서드파티가 문제라면 서드파티를 잉요하지 말라고 해야지 트위터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기까지만 봐도 개인정보의 강제 유출 가능성이 훨씬 낮다. 국내 포털 및 SNS는 주민등록번호를 다 입력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싸이월드는 아예 실명이 다 드러난다. 트위터하고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비교하자면 훨씬 위험하다.

물론, 위험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드파티나 어플을 통해 트위터를 하는 이들은 개인정보가 충분히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트위터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위에서 드러났다는 개인정보는 전부 본인들이 올린 것이다. 즉, 본인들이 개인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출시킨 것이다. 사생활을 본인들이 공개하겠다고 올렸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또, 조사 대상 중 트위터 외에 페이스북, 구글버즈, 미투데이, 블로그 등 다수의 SNS를 연동하여 사용하는 ID의 경우에는 심지어 계좌 정보, 계좌 잔액, 신용카드 사용처 등 개인의 금융 관련 정보도 게시한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수가 많지 않을 뿐더러

몇%였을까. 계좌번호가 3명으로 2%, 저축내역이 1명으로 1%, 신용카드 번호, 부동산 보유내역 개인신용평가정보, 신용평가정보, IP주소 등은 아예 0명, 0% 였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200명이 노출한 개인정보가 맞는지 실제로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낼 때 아예 이 내용을 속 빼놓았다. 본인도 직접 보도자료를 배포한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보았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은 이런 것이었다.

1. 조사한 내용 중 진짜인지 실명확인한 것은 없었다.
(그러면 노출됐다는 개인정보가 진짜인지 어떻게 아나)

2. 국내 SNS와 차이는 논할 수 없다.
(국내 싸이월드에서 사진이 퍼져서 난리가 난 사례가 하나둘이 아닌데?)

3. 트위트는 그냥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왜 트위터를 선택했는지 근거도 미약하다)

한마디로, 유출됐다는 개인정보가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정부 공식기관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다,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SAN FRANCISCO - SEPTEMBER 14: Twitter CEO Evan Williams announces the newly revamped Twitter website on September 14, 2010 at Twitter headquarters in San Francisco, California. Twitter launched a new version of the popular social media site in hopes it will be more user friendly. . (Photo by Justin Sullivan/Getty Images)
▲ 트위터 공동창업자 에반 윌리암스 (이 사진은 국내 기자간담회자료는 아님)

[사족]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가 19일 서울 장충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무소 개설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관련기사는 트위터는 한국 규정 적용받지 않는다 (한겨레)]

따라서, 인터넷 실명제가 트위터에 적용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매우 낮고, 무엇보다 국내에서 트위터에 뭐라고 이야기 할만한 근거도 적다. 도대체 왜 방통위는 트위터에 대해 언급한 것일까? 방통위가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이런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그러면 트위터를 견제하기 위한 것일까?

다만, 이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알고도 그랬는지, 몰라서 그랬는지) 논평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