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하루 아침에 정신병자로 감금 당할 수 있다?
0. 당신은 오래간만에 술을 좀 마셨습니다. 평소에도 술을 좀 마시는 편이었지만 집에 돌아가기 싫어 술을 한잔, 두잔 하던 것이 오늘은 꽤 취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자 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깨웁니다. 유도부 출신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들입니다. 일단 맞습니다. 그리고 구속복을 입혀진 상태로 차에 실립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정신병원.
주는 약을 먹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소변이 제어가 안되고 줄줄 흐릅니다.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정상인이 8~90%는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정상이라며 내보내 달라고 화도 내보고 얌전하게 있어도 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보호자들이 와서 나를 비정상이라고 했답니다. 자주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렸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당신은 앞으로 술 안먹고 부모님에게 반항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뒤에야 4개월만에 풀려나왔습니다.
1. 소설쓰냐구요? 다른 세상 이야기라구요? 아닙니다.제가 얼마전 만나서 함꼐 점심 먹은 이의 이야기입니다.
자. 여기 또다른 당신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인 당신은 자식을 키우는 두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그러나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부유한 친정어머니에게 도와달라고 찾아 갔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어디론가 전화를 합니다. 갑자기 건장한 사람들이 와서 당신을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다행히 그곳은 평소에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병원. 덕분에 풀려날 수 있었지만 무서워서 더 이상 정신병원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치료받고 싶지만 또다시 끌려갈 것이 무섭습니다.
당신도 언제든지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다?
2. 이같은 피해자가 우리사회 어딘가에 있습니다. 당신을 입원시킨 사람은 정부일수도 있으며 당신의 친척, 혹은 가족일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정신보건법 때문입니다.
정신보건법 24조에 따르면 당신은 가족, 혹은 친척 중 한명이 당신에게 앙심을 품고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건장한 청년들이 알아서 어디론가 싣고 갑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실태 조사를 통해 올케, 외삼촌, 시설장 및 시설직원,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친족 등에 의해서도 강제 입원이 가능했다고 합니다.(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당신을 정신병자로 지목, 입원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3. 최근에 그나마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신질환자 병원 입원시 동의해야 하는 보호자가 1명에서 2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제 당신을 음해하기 위한 사람은 한명이 아니라 2명이 모여야 하게 된 겁니다.
또 1년마다 본인의 퇴원의사를 파악하도록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6개월마다 심사를 받아 이상이 없으면 퇴원토록 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일자 1년마다 확인하는 것으로 바뀐 겁니다. 자. 이제 당신은 1년 이상(!)은 갇혀 있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은 이미 ‘정신병원 입원’병력이 생겼습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따로 기술하지 않겠습니다.
4. 혹시 얼마전에 화재가 된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정백향 대표를 아십니까?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한 그녀의 입원 이유는 ‘종교개종’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남편이 자신과 같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제입원 당했다는 이야기인데... 정 대표에 따르면 종교를 바꾸면 병원에서 내보내 주겠다고 했었답니다. (입원당한 병원도 시립병원이기는 하지만 모 종교와 관련된 곳입니다.)
정 대표는 1심을 통해 남편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이끌어 냈지만 병원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심에서는 병원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신과학회는 3심은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합니다.)
5. 물론 정신과 관계자들이 이야기하듯 한편, 법 폐지가 완전한 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고 판단돼도 입원시킬 방도가 없고, 지금 환자들에 의해 모두 소송에 걸릴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실질적인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는 한, 이 법안의 개정 필요성은 언제든 다시논의될 것 같습니다.
또. 이 법을 통해 당신도 언제든지 정신병 환자가 돼서 얻어 맞고 끌려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구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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