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아시겠지만 병원에 가면 인턴과 전공의(레지던트)가 있습니다. 인턴은 아직까지 전공을 정하지 못하고 과를 돌아보며 이런 저런 경험을 쌓는 사람들이고, 전공의는 전공을 정하고 수련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일종의 도제제도죠.
그런데 최근 인턴을 없애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자의무기록(EMR)이나 PACS(의료용 영상처리시스템)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턴=잡역부?
‘인턴이라는 제도가 단지 차트나 엑스레이 필름 등을 정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나?’
궁금하면 또 물어봐야죠. 아는 분께 물어 봤습니다.
“뭐 사실 그렇긴 하죠. 그래서 없애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거고.”
... 제가 아는 인턴제도라는 것은 말하자면 전공을 정하기 전에 여러 가지 전공을 몸소 체험해 보는 일종의 교육과정이라고 보고 있었는데 말이죠...결국 인턴은 병원에서 싸게 부려먹기 위한 인력에 불과했던 겁니까?
그래서 전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싶어 또 전화를 걸어 봤습니다. (사실 전화붙잡고 사는게 일입니다.-_-;)그랬더니 이러시더군요.
“사실 그렇다. 일부에서는 교육에 열의를 갖고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아무래도 일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병원에서 인턴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일은 바로 회진(‘하얀거탑’보신 분은 상상해 보시길)준비인데 거기서 일이 많이 줄은데다, 간호사와 일이 겹치는 부분도 많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꼭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면, 남의 수발을 들기 위해 1년동안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인턴들이란 말인가? 물론 암암리에 인정돼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공식적으로 “차트 정리하고, 엑스레이 정리할 필요 없으니 인턴제도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온다니...
사실 의사는 의대를 졸업하고, 면허증을 취득하면 바로 환자도 볼 수 있고, 개업도 가능합니다. 이런 의사들을 일반의(GP:General Practitioner)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내과, 소아과라고 붙어 있는 병원들은 사실 전문의(Specialist)라고 하는 의사들이 개설한 의원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책안도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말하자면 대학시절에 현장 겸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대안들이 제시되고는 있는데요.
어쨌든 저는 의사는 아니지만 이미 정식 의사가 된 사람을 두고 1년이라는 시간동안 의료인력으로서가 아니라 잡일을 하기 위해 보내는 거라면 구시대적인 발상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얼마전에 전공의 전기 지원현황이 발표 내용을 전하고자 합니다.
뭐 일반인들 입장에서야 별로 관심 없을 수도 있겠지만 흉부외과, 외과를 비롯한 외과계와 산부인과에 갈수록 지원율이 ‘수직낙하’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진짜로 외과의사, 산부인과는 수입해와야 한다는 농담이 현실화 될까 두렵습니다.
2008년 전공의 전기모집 최종 집계
총 3664명 정원에 4076명이 지원(1.11 대 1)
피부과 80명 정원에 140명(1.75:1) <===역시...
정신과 141명 정원에 246명(1.74:1) <===이건 의외?
정형외과 214명 정원에 336명 지원(1.57:1) <=== 고령화 사회 반영
성형외과 83명 정원에 130명(1.56:1)
재활의학과 109명 정원에 158명(1.45:1) <=== 고령화 사회 반영
안과 118명 정원에 170명(1.44:1)
내과 629명 정원에 901명(1.43:1) <=== 총수로는 최고 많음
영상의학과 138명 정원에 186명(1.34:1) <===건강검진 활성화, 기술 발전 등이 원인일듯
신경과 95명 지원에 125명 지원(1.31:1)
이비인후과 123명 정원에 160명(1.30:1)
가정의학과 288명 정원에 350명(1.21:1) <===내과 못가면 간다는데... 진짜?
=============이 아래는 안습(!)의 미달====================
결핵과 5명 정원에 1명(0.2:1)
흉부외과 76명 정원에 30명0.39:1) <===외과의사 봉달희들...(수정했습니다.)
예방의학과 53명 정원에 24명(0.45:1)
산부인과 186명 정원에 92명(0.49:1) <=== 애낳으려면 진짜 의사 수입해야 할지도...
외과 297명 정원에 162명(0.54:1)
방사선종양학과 34명 정원에 19명(0.55:1)
병리과 83명 정원에 49명 지원(0.59:1)
소아청소년과 224명 정원에 158명(0.70:1) <===건강보험 저수가가 원인인듯
영예의 1위는 피부과입니다. 어허... 뭐 돈되는과 몰린다는데 뭐라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신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건데요, 모두다 앞으로 전망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과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의료시장을 점쳐 볼 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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