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통기한 만료/→포털과 언론

이미지 저작권 무시하는 언론·블로그

어제 일이다. 옆에 앉은 직장 동료가 인터넷에서 내가 그린 그림을 구글링(구글 검색)을 통해 발견했다고 한다.

발견된 이미지는 2개. 둘 다 경제지였고, 홍보성 기사에 붙여 넣은 것이었다. 이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단 내려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항의 전화를 했을 때의 반응이었다.

전화를 하니,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어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 매체 관계자는 “블로그에서 퍼온 건데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까지 이야기하고(블로그 이미지는 마음대로 퍼서 써도 돼나요?), 다른 관계자는 본인도 기자일을 하는데, 일단 홍보성 기자지만 언론이 먼저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하자 “그쪽 매체는 그런 것 퍼서 쓴 일 없느냐”며 오히려 화내는 것이었다.

사실 후자의 경우 언성이 좀 높아지기는 했지만 좋게 이야기가 끝났다. 그러나 본인이 그린 그림을 내려달라는 요구에 그쪽 매체에서는 그런 일 없느냐며 화까지는 내는 모습에 못내 섭섭했던 것은 사실이다.

좀 더 구글링한 결과를 보니, 블로그에서 퍼왔다는 매체가 어디서 봤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한 피부과한의원 블로그였다. 좀 더 찾아보니 한 블로그는 본인 그림에다가 아예 자신의 워터마크까지 박아 넣고 있었다.

이왕 찾은 김에 좀 더 구글링을 해 보니 블로그나 이런데 더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본인이 뭐 아주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의료 쪽 기사에 붙는 일러스트를 자주 제작하다 보니 쓸만한 그림을 찾지 못하는 병·의원 블로그에서 퍼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한 경우에는 한 지하철 역에서 병원의 홍보 판넬에 그림이 붙어 있을 것도 본 적이 있었다.

본인이 그린 일러스트들. 최소한 출처라도 밝혀 주는 것이 예의 아닐까?


하지만 그림이 좀 개성이랄까, 채도 높은 채색 때문이랄까, 아는 사람들은 쉽게 본인 그림임을 알아보고 제보해 주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일러스트를 본인이 그린 것을 확인하는 것은 본인의 경우에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왜냐하면 손으로 그린 다음에 스캔 후 색칠을 하는 식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원본을 보관하고 있는데다, 선과 색칠한 레이어가 별도로 분리돼 있는 원본 파일을 갖고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찾아서 일일이 대응하려면 못할 것도 아니다.

그런 대응은 일단 판이 커지기 때문에 서로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피할 뿐이다. 그런 경우 가능하면 전화상으로 해결하고자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대응할지, 조금 마음에 걸린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퍼가는 문화 아닌 문화도 발달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출처는 밝혀 주던가, 아니면 내려달라는 요구에라도 정중하게 받아주면 좋겠다.

블로그 운영자 분들도 가능하면 언론에 붙은 사진같은 것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또, 어쩔수 없이 사용한다면 최소한 출처는 밝혀주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특히 병·의원 홍보를 위한 블로그들은 영리목적으로 운영하는 것 뻔히 아는데, 저작권 없는 사진 마구 쓰면 언젠가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니 주의들 하시라.

사족. 일러스트 문제와는 관계 없었지만 어떤 병원은 홈페이지에 나가지도 않았던 기사를 포토샵 작업으로 만들어서 올려 놓는 것까지 봤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