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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법, 한나라당-대통합민주신당 정치논리속에 '허우적허우적'

* 먼저 이 의견은 어디까지나 사견임을 전제해 둡니다. 이 글은 제 개인 블로그에 속한 글이고, 회사를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 이 글은 의료계나 환자 어느 편도 대변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그 짐을 지기에는 너무 버겁습니다. 물론 특정후보 지지도 아님을 미리 밝혀 둡니다.

#0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지난 금요일 또다시 무산됐다. 20여년간 쭉 끌어오던 법안이 이번에는 통과 된다는 기대아래 지켜보던 관계자들에게는 정말 김빠지는 일이다.

다만 이름은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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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의료사고를 주제로 한 드라마 하얀거탑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최근 논리가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가운데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두지 않는다. 다만 그 형태가 어떻게 되느냐에만 문제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법안 제정 과정이 점차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의료계쪽에 한나라당이, 환자 및 시민단체측에 대통합민주신당이 서서 걸핏하면 보이콧에 상대방에 대한 비하 논리가 난무(!)하고 있다.

#1

우선 '그 법이 나랑 무슨 관계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고 이 글을 읽어 주기 바란다.

나는 건강해서 이런 건 아무 관계 없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치질수술 받다가, 얼핏 간단해 보이는 치과 임플란트 수술 받다가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못믿겠다면 인터넷 뉴스 검색 한번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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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5~6년간의 긴 소송전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원인을 두고 따지자면 환자 입장에서는 사고를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의사 입장에서는 "그건 사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양측 논리에 다 어느정도 진실성이 있다. (사실 그래서 더 문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본인의 부모형제 누구든 맹장수술을 받으러 갔는데 마취사고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자. 그런 일로 형제를 잃은 것도 억울한데 이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면 5~6년간 법정소송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 시점에서 이미 당신의 생활은 엉망이 될 것이다.

반대로 (역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의사라면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이미 의료사고를 겪었거나 의료사고의위험성 속에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이같은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법이 바로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다. 최초 의료계측에서 법안의 제정 필요성이 논의되고 상정됐던 이 법안은 점차 의료계와 환자간의 입장차이에 의해 긴 전쟁으로 발전해 왔다.

일단 여기서는 이 이야기는 논지에 벗어나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2

문제는 이 법안이 가면 갈수록 정치논리의 희생양이 돼 가고 있다는데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태도는 답답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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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최근이 아닌 의료사고피해구제법 논의가 시작된 3월6일 국회입니다. 이때부터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금요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원회 역시 이같은 양상을 보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싹 퇴장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바는 "당내 조율이 안됐다"는 것.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합의도 안된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법안의 중요성은 이미 잘 알고 있을텐데 아직 당내 조율이 안됐다고 하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본다.

또 논의를 하면 했지 그대로 보이콧 하는 모습 역시 보기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국민들 앞에서 이에 대한 해명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 보고 싶을 정도다.

#3

이처럼 양편으로 갈려서 싸우는 이유에 대해 본인은 의사 출신 국회의원-보건복지위 안명옥 의원-이 한나라당에만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치과의사 출신인 김춘진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쪽에 있기는 하지만 김 의원은 이 법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법안소위 참가 의원도 아니다.)

요즘같이 정치적 사안들이 민감하게 도출되는 상황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은 국민의 편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대통합민주신당은 의사가 없어 주장의 정당성이 훼손된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사안 자체가 너무나 예민하기 때문에 정치 프로인 의워분들께서 선거를 앞두고 의사와 환자 양쪽 모두에서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 본다.

법안 자체가 분명히 어느 정도 환자쪽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법안을 찬성하자니 의료계에서 미움을 살 것이고, 그렇다고 이를 대놓고 반대하자니 절대다수인 환자, 즉 대다수 국민들의 공분을 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4

이처럼 줄타기 하는 모습은 의료계와 정치권의 관계를 잘 살펴보면 더욱 잘 드러난다. 우선 지난 11월15일 대한의사협회 99주년 기념식에 이명박 후보가 참가를 약속 했다가 피한 것도 이같은 맥락과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본다.

이 후보는 일단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출마 문제와 일정을 소화를 이유로 대고 있지만 과연 의협 99주년 자리가 그렇게 작은 자리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게다가 대변인인 김형오 위원장의 대답 역시 의약분업 등의 문제점과 외과 의료수가 문제 등을 언급했지만 정작 민감한 의료산업화 문제나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적어도 수가 보상 문제는 건강보험공단 예산문제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는어 다른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고 외과 보상을 올리거나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방법 밖에 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그렇게 대답하신건지 궁금하다.

이 부분은 정동영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행사중에는 "의료계와 의사소통하도록 하겠다"며 의사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다. (이제 경실련 등에 가서는 두분 후보님들 어떻게 답하실지 궁금하다.)

어쨌든 두분 다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한말씀도 남기지 않고 한분은 안오셨고, 한분은 자리를 피했다. (다른 블로그를 보니 이 후보다 정 후보를 피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5

뭐 정치권 문제야 잘 알지도 못하고 골치아픈 문제이기 떄문에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일단은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접근하기에 앞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니면 아예 모 의원실 관계자의 말씀처럼 아예 구체적인 보완대책이 없는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고 아예 처음부터 보이콧을 (환자들을 향해서도) 하시던가...

적어도 정치인으로서 곤란할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구태의연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으시다면 말이다.

# 꼬랑쥐~

일단 현재 통과한 법안은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가 먼저 이상이 없음을 입증하고, 그 다음에 의사가 무죄를 입증하는 시스템이 잠정 결정 됐다. 이 부분은 사전 조율된 부분이다.

다음으로 법정에 가기 전에 조정위원회를 거치는 내용은 일단 무조건 조정위원회를 거친 다음에 차후 임의적으로 조정위원회를 거치도록 바뀌었다.

또 의료사고의 정의에서 무과실 의료사고는 제외 됐다. 즉 의료인이 고의나 과실에 의해 환자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로 한정됐다. (이제 기사에서도 '의료사고'가 아니라 '의료사고로 짐작되는 사건'이라고 써야 겠다)

마지막 법안 이름이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이는 전체적으로 대통합민주신당측이 많이 양보한 모양새인데... 시민단체측의 입장이 궁금하다.

그러고 보니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서울YWCA 등 시민단체들은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의 폐기가 유력화 됨에 따라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 대선을 앞두고 법안 폐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한나라당에 대해 심판 할 것이라고 했는데... 추이를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