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한글날 일본색 짙은 행사 허가한 고양시. 이해가 안간다

 

어제 우리 아이를 데리고 ‘뽀로로와 얼음나라 대탐험’를 다녀왔다. 뭐 솔직히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9000원(그나마 할인된 가격)을 내고 가기엔 돈이 아까웠다. 차라리 가까운 주주동물원이나 다녀올 껄 그랬다 싶다.

뭐. 그건 중요한 것은 아니고, 그것보다는 가는 길에 본 한 풍경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어서다. 가는 길에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음악이 들였다. ‘don't be lazy’.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K-on’의 주제가다. 이걸 알아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눈치 챘겠지만 본인도 사실 일본만화 꽤 좋아한다.

출처 : 일본 케이온 공식 홈페이지

혹시 싶어 지나가는 길에 보니 코스프레도 하고 있었다. 코스프레가 뭔고 하니 코스춤 플레이, 즉,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의 케릭터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사진찍고 노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밖에 설명이 안된다. -_-;)

나중에 보니 ‘2010 고양호수만화축제’가 열렸던 모양이다. 그런데 뭔가 찜찜한 기분.... 으음...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러다가 하루 지난 오늘이 돼서야 생각이 났다. 그래. 지난 9일, 즉 토요일은 한글날이었다.

그렇다. 정리하자면, 한글날 다음날. 일산 호수공원에서 일본 노래하는 걸 본거다.

관련 홈페이지(http://lcf.kr/)를 찾아보니 9월18일, 19일에 열렸어야 하는 것이 10월9일, 10일에 열린거라고 하는데... 토요일에는 포즈쇼를, 일요일에는 퍼포먼스 대회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 한글날에도 일본문화 행사를 했다는 것이다.

본인도 한때 만화가를 지망했던 사람 중 하나다. 따라서 만화에서 일본 색을 지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우리나라 만화계 풍토 척박하다. (요즘 웹툰이 비교적 잘되고 있지만 그래도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한글날 일본 문화를 홍보하는 색이 분명한 축제가 열렸어야 했을까? 일본 노래를 틀어가면서? 아무리 한글날이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일단 안내서를 보면 더 어이 없는 것은 한글날 가서 일본노래 하고 일본 문화를 표현했는데 1인 4시간 자원봉사 점수를 줬다고 한다. 조금 더 살펴보니 애니송 컨테스트도 있었다고 한다. 번역이 돼 있지 않은 일본 애니메이션 송보다 번역된 곡에 더 점수를 준다고 했지만...씁쓸하다.


2010 고양호수만화축제 관련 홍보물. 출처 : http://lcf.kr/

2010 고양호수만화축제 관련 홍보물. 출처 : http://lcf.kr/

2010 고양호수만화축제 관련 홍보물. 출처 : http://lcf.kr/

만화 행사일 뿐 일본 색은 안난다고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른다만 본인이 본 행사는 분명 일본 애니메이션 옷입고, 일본 노래 부르는 행사였다. 물론 한글날 다음날이었지만, 전날에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행사 주최는 사단법인 한국청소년 문화연대 조인핸드라고 한다. 공익적 단체인 셈인데... 뭐 후원도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복지부, 경기도, 고양시. 경기도고양교육청, 고양신문, 한국만화가협회 등등... 빵빵하다.

생각해 보자. 본인도 일본만화 좋아한다. 하지만 어제는 한글날이었다. 한글날이 포함된 주말에 일본 문화색체가 풍부한 행사가 열렸다. 한글날 다음날에는 일본 노래 부르는 행사까지... 청소년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한글날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 뻔한 것 아닌가?

찌아찌아족이 아무리 우리나라 글을 가져다가 쓴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글을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닐까? 이래서야 중국이 한글 동북공정 진행한다고 해서 분노한다고 해도 뒤에서는 공익단체와 공공기관 주도로 한글날 일본색 짙은 행사가 열리고, 일본노래 부르는 행사가 한글날 다음날 버젓이 열리는데 누가 좋게 볼까.

* 코스프레 사진은 지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http://lcf.kr/ 에 가서 직접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