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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신종플루, 내년3월에도 여전하다면 책임은?

의료계 뿐 아니라 온통 신종플루 이슈가 한국사회의 담론 중 큰 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망자가 몇명이니, 연예인 모씨의 아들이 사망했느니, 치료제가 얼마나 있느니 등등 신종플루 관련 논란이 연이어 터지고 있죠,

연말이면 백신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 들줄 알았는데 계속 터지는 신종플루 정국(?)이 언제까지 갈까요? 이에 대한 해답이야 점장이가 아닌 한 알 수 없겠지만 이에 대한 비교적 과학적인 주장이 제기돼 여기 옮겨 봅니다.

여기서 제기된 내용들은 지난 12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주최한 ‘신종플루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대책을 촉구하는 보건의료인 기자회견’에서 나온 자료들을 근거로 합니다.


의료계 사정에 어두운 분들을 위해 사전에 언급해 둔다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진조적 성격을 띤 의료계 단체 입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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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가 완전히 국내에서 사라지려면 국내인들이 대부분 항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우선 깔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인구의 몇%가 맞아야 할까가 중요한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초재산상수(Basic reproductive number, 이하 R0)’를 파악해야 합니다. R0란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질병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수치가 클수록 전염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R0가 1인 전염병은 감염자가 한사람에게만 전염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R0가 1보다 작다면 유행은 일어나지 않으며, R0가 4라면 인구의 75%가 효과가 100%인 예방접종을 받아야 유행을 막을 수 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계절독감의 R0는 1.3정도입니다. 이는 전국민의 23%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유행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합니다.

신종플루의 R0는 얼마일까요?

유럽 CDC는 1.6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계산시 37.5%가 백신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나오는 것인데요, 유럽 CDC는 신종플루 백신의 효과를 약 70%로 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53.5%, 반올림해서 54%가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결론지엇다고 합니다.

또, 뉴질랜드는 R0를 좀 더 높은 1.96으로 보고 70%이상이 백신접종을 맞아야 한다고 파악했다고 합니다. 미국 역시 비슷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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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은 몇 %가 백신접종을 맞아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요?

정부가 우선접종대상자로 지정한 대상은 1716만명, 올해 인구가 4875만명이니까 약 35.2%가 우선접종 대상자네요. 한국의 R0는 무척이나 낮은 수치인가 봅니다.

제가 어림직작해 보기에는 아마도 신종플루의 R0를 약 1.5, 신종플루 백신의 효과를 100%로 본 것 아닌가 싶은데요. 미국이나 유럽보다 너무 낮은 수치라 좀 불안감이 앞서네요...

보건의료단체연합은 35%가 백신을 맞으면 신종플루가 사라질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관련, “정부가 확보할 수 있는 백신에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라며 “이 상태라면 백신접종이 끝나는 내년 3월에도 신종플루 공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십자의 신종플루 백신 ‘그린플루-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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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 상황을 분석해 보면 정부가 더 백신을 공급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우선 정부가 우선공급대상에게 공급할 백신은 2150만도즈입니다. 내년 2월까지 녹십자에서 공급 가능한 양은 면역증강제 미사용 백신 1200만 도즈, 면역증강제 사용 백신 2000만 도즈, 총 3200만도즈라고 합니다. (현재 출하된 양은 11일까지 총 393만4102도즈에 불과합니다만)

1150만도즈가 더 공급가능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는 성인은 1회 접종이니까 최대 1150만명을 더 우선접종대상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인구의 약 58.8%까지 공급이 가능해집니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계획한 54%까지 충분히 백신 공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수입백신도 필요 없습니다. (보령제약은 중국 시노벡사하고 공급 계약까지 체결해 놨었다는데... 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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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좀 왔다갔다 했으므로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정부는 총 인구의 35.2%를 우선접종 대상자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기준으로 보면 54%가 백신을 맞아야 신종플루가 없어집니다. 녹십자에서 공급 가능한 양은 최대 58.8%입니다. 즉, 우선접종대상자를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우선접종 대상자를 늘리지 않는 것은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주장에 따르자면- 3월이 지나도 신종플루의 공포를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말이죠.

최소한 이 주장을 정부가 검토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책임지기 싫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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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오늘 녹십자 허영섭 회장님이 지병으로 별세하셨더군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