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에이즈약 푸제온 수입 못하고 2008년 넘기나

결국 올해도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은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한해를 넘겼다. 그러나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를 해결할 의지조차 없어 보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계속해서 푸제온에 대한 기사를 써 온 본인도 이제는 쓰기가 지겨울 정도다.(블로그가 아니라 본인이 몸담고 있는 매체에서다. 블로그만 보고 언제썼냐고 묻는 이들이 없기를.)

================================

푸제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푸제온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에이즈치료제로 기존의 에이즈치료제(항레트로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없는 이들을 위한 약이다. (이같은 이들은 약 3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기존약에 항체가 생긴 환자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다. 아마도 파악되지 않은 수를 짐작하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로슈는 이 약을 국내에서 판매 허가까지 받아 놓고 국내에 공급을 ‘절대로’ 안하고 있다.

사실 이 약은 이미 국내에 판매 허가가 내려졌다. 2004년 5월에 허가되었고, 같은해 11월에 1병당 2만4996원으로 보험 등재 됐다. 그러나 로슈측은 처음에는 4만3235원을 받아야 한다며, 2007년에는 3만970원을 요구하며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있다. 병당 가격이므로 로슈측이 요구하는 비용대로라면 환자 1인당 연간 약제비는 약2200만원, 타 약제와 병용요법을 사용하게 되면 3000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로슈는 살인자”...환자단체들이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실 약 가격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품과 다르게 복잡한 과정으로 결정된다. 개발비와 제조비, 원가 등을 두고 ‘이정도면 합당하다’는 기준을 두고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보험이 안되는 비급여야 관계 없지만 보험이 되는 약들은 국민들이 내느 건강보험료에서 나가는 것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푸제온의 원가는 얼마나 될까. 그것은 모른다.(사실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 약들의 원가는 알 수 없다. 그저 외국에서 얼마를 받으니 그와 비슷하게 결정할 뿐이다)

실제로 로슈 울스 플루어키거 지사장은 지난 7월 환자들과의 면담에서 “너희 나라(한국)는 우리가 판단할 때 3만원을 낼 수 있다. 한국은 푸제온을 생산할 가능성(능력)이 없다. 따라서 3만원을 주지 않으면 푸제온은 공급할 수 없다. 우리에게 돈을 주도록 정부를 설득하라”며 “앞으로 환자단체와 대화할 일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에이즈치료제인 푸제온의 가격을 두고 시민환자단체와 생산자측인 한국로슈의 면담이 3일 오후 3시~5시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진은 면담장 입구.


과연 그럴까? 로슈가 주장하는 약가는 A7 등 선진국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비슷한 약가다. 1인당 GDP 4만6000불인 미국과 비슷한 가격이다. 에이즈 환자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을 땅치고 후회하며 무덤으로 가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한국에서 푸제온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 그러면 국내 제약사들은 약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후진가? 얼마전 미국의 기준과 유사한 신GMP제도의 밸리데이션이라는 기준에 4개 제약사가 A등급을 받았다. 신약 개발은 떨어질지 몰라도 기술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

그러면 해결방안은 있나? 당연히 있다. 바로 ‘강제실시’다. 이는 국내 특허법에 있는 내용(106조, 107조)으로 특허발명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있어서,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을 때. 또는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강제실시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강제실시권을 발동하면 로슈사는 국내에 특허권을 발동할 수 없게 되고, 정부는 푸제온과 동일한 약을 국내 타 제약사를 통해 생산하도록 지정하게 된다.

사실 강제실시의 조건은 이미 갖춰진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미 ‘필수약제’라며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공급해야 할 약으로 결정지었고 협상을 맡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문제는 복지부로 넘겼다. 이제 복지부만 결정하면 되는 단계다.

국회의원들도 나섰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이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따진 바 있다.(뒷심이 약하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아. 민노당은 성소수자위원회가 참여하고 있으니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여론도 악화될대로 악화 됐다. 지난 10월에는 중국, 프랑스, 인도 등 국제HIV/AIDS공동체가 함께 로슈 규탄대회를 가졌다. 아래는 당시 함께 참가한 국제 HIV/AIDS공동체다.

카메론 : MOCPAT / Positive generation
중국 : China Global Fund Watch Initiative
프랑스 : Act Up-Paris / Aides / Avocats pour la santé dans le monde / Coalition PLUS
인도 : Global Health Advocates, India / Safe Sailors’ Club - The Humsafar Trust
모로코 : ALCS-Maroc
스위스 : Global Health Advocates, SW.
대만 : AIDS Access Foundation-Thailand / Thai Network of People living with HIV/AIDS
미국 : ACT UP-New York / ACT UP Philadelphia / Health GAP, Student Global AIDS Campaign (SGAC)

참고로 한국내에서 로슈의 공급을 반대하고 있는 단체는 아래와 같다.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사회진보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신당연대회의, 진보전략회의,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아 물론 관심없는(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쪽도 있다. 그것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 살리는 분들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먼산바라기’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이 운동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인의협은 의협 내에서는 소위 '왕따'니까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맞다.

하다못해 다음블로거뉴스 유명 의사연합 블로그 조차도 푸제온 문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일반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의사 활동이 상당한 블로거뉴스에 에이즈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이 한분도 안계시다는 말인가?

아니 의협 기관지도 푸제온으로 검색해 보니 기사는 (2000년부터) 딸랑 4개(에이즈 관련기사는 372개)이기도 하다. 아쉽지만 관심 없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아니면 푸제온이 에이즈 필수약이 아니거나.

그러나 푸제온 문제는 정말 많은 곳에서(의사분들을 제외하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정말이다.

===================================

이같은 상황이지만 복지부는 로슈 본사가 있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두려워하며 아직까지 강제실시를 발동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말 통상마찰이 문제가 될까?

WTO(세계무역기구) TRIPS 협정에 의하면 각 국가는 ‘공중의 건강과 영양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및 기술적 발전에 극히 중요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하여 강제실시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된 WTO의 ‘TRIPS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각료선언문’에는 (1) 회원국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TRIPS 협정이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할 수 없다’는 점과, (2)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WTO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될 수 있다고 했다.

이같은 국제선언문이 있음에도 복지부는 계속 강제실시를 외면중이다.

자 이제 방법은 하나 뿐이다. 국내에서 푸제온을 능가하는 약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때까지 환자들은? 그냥 해외이민을 권하든지 하는 수 밖에... 아니 그전에 대통령님께서 이 의료계의 전봇대를 빼주시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