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제주도에서 현실화되는 ‘의료민영화’

대통령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건강보험 민영화는 없다”고 공식 발표한 뒤 의료민영화 논란은 어느정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새롭게 의료민영화 논란이 시작되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 논란이 재점화 된 것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11일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 선진화 방안에는 주식회사형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선진화 방안은 6월3일 국무총리실에서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안'이 발표되면서 의료관계자뿐 아니라 제주도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의료민영화 반대 촛불집회

제주도민들의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의료민영화 반대 촛불집회. <사진출처 : 진보신당 제주추진위>



왜 제주도에 전문가들은 주목하는가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안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국내영리병원 설립허용'이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형식적으로나마 허용이 되지 않았던 영리병원이 드디어 제주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주식회사형 영리법인은 말 그대로 주식 발행을 통해 외부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수익추구형 병원이다. 이같은 병원형태는 사실상 이제까지 법적으로 금지돼 왔으며 병원들의 과도한 상업성 추구를 막는 근거가 돼 왔다.

물론 의료관광 상품화를 추진중인 제주도 입장에서는 외국인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국영리병원 유치가 필수요소인데다 외국병원들 자체가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영리병원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영리병원은 이미 들어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같은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병원도 영리병원 형태로 설립을 허용, 외국환자를 받아 수익을 추구하자는 주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영리병원은 '외화벌이'를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사실 어느정도 실패가 예견된 정책으로 겉으로 보면 왜 진행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외국병원들이 건강보험적용을 통해 저렴하게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국내병원들과 경쟁하기위해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게다가 외국 영리병원들은 이미 인천 송도에 더 관심이 있지 굳이 인구수가 적은 제주도에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다.

실제로 복지부 관계자 역시 “외국병원들이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상당부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의료보험민영화의 테스트베드, 제주

이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기획제정부에서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안'에 언급된 ‘테스트베드’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제주도는 전국에 영리병원 허용을 진행하기 위한 시험장으로 선택됐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3단계 제도개선안은 오히려 국내영리병원 설립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의 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국내병원들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해석을 들이댄다면 의료민영화 문제는 이미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초기 제도개선안에는 영리병원에 대해 건강보험적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료민영화를 위한 사전단계가 아니냐는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 밖에 없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주도 측은 최근 건강보험 제한적 허용 항목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완전한 폐기가 아닌 '유보'에 불과한데다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 이미 불안감을 갖고있는 도민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은 종국에는 "형평성을 위해 전국적으로 허용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제주의대 박형근 교수 등 진보세력의 "제주도에서 허용되면 규제완화의 보조를 맞춰가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영리병원 설립 허용이 확대되고 전국적 수준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것"이라는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닐 수 밖에 없다.

의료민영화, 기반은 이미 마련됐다

사실 제주도에서 시작만 된다면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포함한 의료민영화는 전국 규모로 진행될 수 있는 준비는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유명 네트워크 병·의원들은 MSO(병원경영지원회사)을 운영하고 있어 영리의료법인의 기초인 외부자본 도입의 준비단계는 끝난 상황이다. 또 병원이 주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채권발행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논의돼 왔다.

함께 추진되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도 이미 준비단계를 넘어섰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정부측은 한나라당의 관계자의 입을 빌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미 실손형 보험은 삼성생명에서 5월13일, 교보생명에서 같은달 20일 정부의 허가를 얻어 정식으로 출시됐다. (물론 아직 개인정보가 넘어가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당직자가 거짓말을 했는지, 몰라서 그렇게 이야기 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실손형 보험은 이제까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만을 대상으로 하던 형태의 보험과 달리 건강보험의 보장을 보충해 주는 형태의 보험이다. 즉 건강보험 영역에 민영보험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에 비춰보면 이미 의료민영화는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됐으며 이명박 실용정부에 들어와서는 본격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결국 언젠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민영화는 이미 시작 단계를 착실히 밟아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