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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의학전문대학원, 학비만 두 배 올렸다

0. 얼마전 서울의대의 한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잘 아는 분은 아니지만 다른 취재거리도 있고 해서 한번 보자는 말씀에 쭐래쭐래 혜화역 서울대학교까지 갔었습니다. 그 분께서 뜬금없이 제게 하는 말이 "학비가 몇%만 올라도 데모를 벌이는 시민단체나 학생들이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의학전문대학원 이야기입니다. 의학전문대학원때문에 학비가 두 배로 오른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이야기겠지요) 그야 뭐 생각하면 대학이 아니라 대학원이니까 두 배로 오르겠지요.



1. 이 분 말씀이 사실 참 의미심장합니다. 말하자면 과거 이념 논쟁시대도 아닌데, 어차피 의대 갈사람들은 나중에 돈을 만이 벌테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들 하더라고 하는데... 이걸 다시 생각해 보면 돈없는 사람들은 의대도 못가는 것이 정상적이냐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의대(사실 로스쿨, 즉 법대도 마찬가지일듯)라는데가 가난한 사람은 못가고 부자들만 간다면 그야말로 계급사회입니다.

이 분 말씀에 따르면 과외 가르치면서 의대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의대 교육과정이 워낙 바쁘다 보니 (실제로 장난 아니라고는 합니다)두 탕까지는 못뛴다고 합니다.(실감나는 이야기네요.) 결국 돈 없으면 못가는 곳이 의대가 된다고 합니다.

의대쪽도 문제입니다. 특히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신규 진입하는 학교들은 교육부에서 특혜를 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의대 편입 대신 붙는 조건, 바로 '학비 책정 자유'입니다.

이분 말씀이 은근히 시니컬합니다. "그게 신규로 의학전문대학원 도입한 곳은 모니터 LCD로 다 꿨다구. 차라리 그런 대학은 나아. 그래도 그 돈을 학교를 위해 쓴거잖아?"



2. 뭐 이런 글 보면서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졸업하면 돈을 쓸어 모으는 것이 의사, 변호사 아냐?"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저같은 기자 나부랭이로서는 손도 못대보는 돈을 만지는 사람들이 의사인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들로 하여근 그렇게 만드는 것이 사실은 이런 고가의 학비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의사분들은(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합니다. "의사가 되려면 얼마나 노력하고 얼마나 돈을 써야 하는지 아느냐"고요. 예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겠죠. 적어도 고생하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노력과 고생은 알아줘야겠지만 의대가 실력이 아니라 돈까지 요구하는 곳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이런 학비만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사교육비도 장난 아니게 뜁니다. 의학전문대학원 전문 학원이 생기는 것은 기본중에 기본입니다. 아예 몇몇 대학에서는 의학전문대학원만 가기 위한 대학교를 만들었습니다.



3. 제가 아는 한 치과의사분은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돈 많이 벌어야 합니다. 고생해서 키운 우리 부모님, 저 때문에 대학 못간 동생 다 부양해야 하거든요"

물론 이런 분만 계시는 것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이런분 의외로 적지않습니다. 돈 많이 벌어야 할겁니다. 의대, 치대 가서 번 돈 값으려면요.

돈만 밝히는 의사.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의사들 사실은 이런 사회가 만드는 것 아닐까요? 진짜 실력있는 학생이라면 국가에서 돈을 대줘서라도 교육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들은 고생한 만큼 사회에서 돈을 벌어가려 합니다. 그 사람들을 욕할 수 있을까요? 이제 더 이상 그런 이들을 만드는 사회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이야기만 들리네요.

그냥 취재 중에 찝찝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이렇게 몇 자 올려 봅니다.

여러분. 학비 인상 문제 물론 심각합니다. 그러나 10%도 안되는 인상폭보다 더 심한 의학전문대학원 통한 학비 인상. 그냥 그쪽 일이니까 신경 안써도 되는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