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대출은 보험사의 ‘흡혈상품’ 세금 증세도 필요 없고, 오히려 국민의 부담을 확 줄여줄 수 있는 일인데도, 국회의원은 꿈쩍도 하지 않는 일, 세금 끌어다 쓸 일 아니라 관심이 없나? 그것이 궁금하다.
kbs 9시 뉴스(4/21)는 보험가입자가 보험약관대출금을 연체했을 때, 보험사가 높은 이자를 받아온 것은 무효이며, 무효 결정전까지 보험사에 낸 연체이자가 2천억 원 정도 된다고 했다.
기사의 의도는 추측건대 보험가입자가 보험사에게 연체이자 2천억 원을 돌려 달라고 할까봐 ‘소송’을 들먹이는데, 법원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할 것이라는 것 뻔히 알고서 보험사, 금융감독원, 한국소비자원, 언론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생각된다. (관련기사 링크: http://bit.ly/fd1bAd)
지난 3월에도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보험료의 환불 요구’에 대해 ‘청구권 소멸시효 2년이 지난 보험료’는 보험가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한 일이 있다. 무효 계약인지도 모르고 보험료를 꼬박 10년을 냈다면,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은 기간은 최근 2년에 불과하고 나머지 8년은 소멸시효가 끝나서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는 보험사 것이라는 판결했다. 1년에 100만원씩 10년간 1,000만원을 낸 무효 계약이라면, 보험료를 낸 가입자의 것은 200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800만원의 보험료와 10년간의 ‘운용 이익(이자)’은 보험사 것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2007. 11.월에 낸 책)”에 쓴 보험약관대출에 대한 진짜 문제와 보험가입자에게 좋은 해법을 말하고자 한다.
◆ 가입자 돈으로 보험사만 돈벌어
혈액 암의 일종인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억울해 씨는 10년 정도 유지한 암보험이 있기에 의료비는 걱정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보험사는 재생불량성 빈혈은 ‘암’으로 분류된 질병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빈혈 치료에는 백혈병 치료와 맞먹는 비용이 들어서, 억씨는 할 수 없이 그동안 유지한 암보험으로 ‘보험계약대출(보험약관대출이란 용어에서 바뀐 것임)’을 받았다.
그런데 의료비로 끌어다 쓴 빚만 3억 원에 달하니 당연히 보험계약대출에 대한 대출이자도 연체할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암보험을 해지(해약이란 용어에서 바뀐 것임)해서 급한 돈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억씨. 그러나 보험사는 “해지환급금이 400만 원 정도 남아 있는데, 보험계약대출금과 연체이자를 제하고 나면 지급할 게 없다”고 했다.
즉, ‘내가 낸 돈을 보험사가 나한테 빌려주고, 이 돈을 내가 보험사에 못 갚자 결국 내 보험을 깨서 보험사에 보험계약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는데 썼다’는 것이다. 억씨의 보험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 보험사에 낸 보험계약대출 이자만 해도 기백만 원이 넘는다. 이건 뭔가 대단히 잘못된 계산법이 아닐까?
◆ ‘보험계약대출’은 어떤 성격의 돈?
보험에 가입했다가 형편이 어려워져 해지하려고 하면 보험을 판매하는 모집인이 권하는 것이 ‘보험계약대출’이다.
보험을 해지할 때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에게 내 주는 해지환급금은 책임준비금에서 ‘미상각신계약비’를 차감한 금액이다. ‘책임준비금’이란 가입자가 보험사에 낸 보험료(A) 중에서 위험보험료(B) 빼고(A-B=C) 보험사 사업비(D) 빼고(C-D=E) 나머지 보험료(F)에 해당 보험의 적용이율(예정이율 또는 공시이율 또는 보험계약대출연동이율)을 더해 적립되는 돈이다. ‘미상각신계약비’는 ‘보험사 주주의 이익 창출에 쓰겠다는 사업비’의 한 종류이다.
보험계약대출은 책임준비금에서 미상각신계약비를 뺀 나머지인 ‘해지환급금’의 일부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대출’의 형식으로 빌려 준 것이다.
◆ 고리채 뺨치는 보험계약대출 이자율
문제의 하나는 ‘이자율’이 고리채 뺨치게 높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가입 보험의 ‘적용이율’에 있다. 과거 ‘예정이율’이 연복리 7.5% 이상인 보험에서 보험계약대출을 받을 경우 대부분 10.5%의 보험계약대출이자를 내야 한다.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7.5%의 이자를 더해주고 이자 차익 3.0% 정도를 보험사 주주의 이익으로 가져가는 셈이다. 보험사 주주는 일원 한 푼 들이지 않고 대출금의 이자 3.0%를 따박 따박 이익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만약 보험계약대출금 상환이 연체되면 최고 19.0%의 연체이자를 물린다.(이 글은 2007년 11월에 쓴 것임.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이 보험계약대출의 연체이자율이 부당하다고 한 시점은 2010. 10.월임. 금융감독원이 몰랐던 내용이 아닌, 금융감독원도 알면서 ‘의도적 방조’를 한 것임) 연체이자마저 못 갚으면 남아 있는 해지환급금이 소진될 때까지 차감하다가, 더 이상 차감할 이자가 없으면 자동으로 계약을 해지 처리해버린다.
보험사의 일방 보험계약 해지에 대해 보험가입자 대부분은 억울하기는 하지만 대출 받아서 갚지 못한 자신의 원죄를 인정해버리고 만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고율의 이자를 갚기 위해 애 태우지 않고 만기 때 받을 환급금만 포기해버리면 되었을 일이 아닌가? 어차피 만기보험금은 화폐가치도 없는 돈이 될 일인데 말이다.
◆ 보험계약대출이 아니라 인출이 해법
필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고민하다가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유니버설 기능’이 있는 보험에 주목했다. ‘유니버설 기능’이 없는 일반 보험에도 ‘유니버설 기능’을 더하면 중도에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를 찾아 쓸 수도 있고 보험료를 추가로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유니버설 보험의 가입자가 중도에 찾아 쓰는 보험료는 일반 보험의 ‘해지환급금’과 동일한 성격을 지녔다. 그런데 ‘유니버설’이 가능한 보험은 이자를 내지 않고도 해지환급금을 쓸 수 있고, 대출의 형식이 아니라 갚지 않아도 되니 연체될 리가 없고, 따라서 고율의 연체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보험계약대출제도를 폐지하고 일반보험에도 ‘유니버설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보험계약대출을 유니버설 기능으로 바꾸면 ‘대출상환의 의무’는 없어지고 이자 또한 내지 않아도 된다.
해지환급금이 남아 있는 기간에는 ‘월 위험보험료와 신계약비, 유지비, 특약보험료(보험가입자가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 보험용어가 섞여 있다)’만 차감하면 보험계약 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무척 난처해하며 “보험사가 전산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보험계약대출은 연체하면 보험 계약의 해지환급금으로 상계하기 때문에, 100% 상환이 되는 ‘우량대출’이다. 생명보험사가 보험계약대출로 1년 동안 받는 이자만 1조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니, 당연히 이 제도 도입에 대한 보험사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험 해지하려다 모집인의 권유로 보험계약대출을 받고, 결국엔 이자도 못내는 바람에 남은 해지환급금마저 보험사에 전액 몰수당하는 일은 이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내 돈 내가 가져다 쓴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 KBS는 보험사가 무효로 인정된 ‘연체이자’로 받은 규모가 5년 동안 2천억 원 정도라고 밝힘. 그런데 보험가입자의 돈을 보험가입자가 대출의 형식으로 가져갔다며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내게 한 ‘보험계약대출 이자’는 5년간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됨.
** 무효로 인정된 ‘연체이자’를 보험사가 돌려줘야 하는가에 대해 ‘소송’이 붙는다면, 연체이자의 ‘성격’이 보험사의 부당이득이라면 ‘청구권 소멸시효’가 10년인데, ‘보험료’라고 한다면 최근 2년에 해당되는 이자는 돌려주고, 나머지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결을 따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할 수도 있다. 재판부의 입김에 의해 억울하게 뺏긴 보험가입자의 ‘재산’이 고스란히 보험사 주주의 주머니로 쏙 들어가게 되는 교통정리가 깔끔해져 버리는 것이다. 물밑에서 일고 있는 발장난이 분주할 것임이 눈에 선하다.
2011. 4. 22. (금)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 본 글은 보소협 김미숙 회장님의 허락을 얻어 게재중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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