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소비자협회의 김미숙 회장은 다음카페 ‘보험소비자협회’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궁금하신 부분은 보험소비자협회(http://cafe.daum.net/bosohub)에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2004년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314일(입원기간 222일)간 진료를 받다가 사망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국민건강보험 가입자였다가 의료급여 환자로 변경됨)의 ‘총 의료비’는 1억8천700여만 원이었다. 진료 기간 하루 당 60여만 원씩 발생한 셈이다.
총 의료비의 구성을 보면 급여대상 의료비 중에서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한 의료비는 1억 1천여만 원(58.8%)이었고, 환자가 낸 법정본인부담의료비는 5천300여만 원(28.4%)이었으며, 비급여대상의료비는 2천400여만 원(12.8%)이었다.
급여대상의료비(보험자부담+법정본인부담의료비)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가격(진료수가)을 정하고 있지만, 비급여대상 의료비는 의료기관에서 임의로 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1억1천여만 원의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에 무조건 지급한다. 만약 7천700여만 원의 본인부담의료비를 내지 못할 환자였다면,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의료기관은 유가족과 의료비 정산 문제 때문에 ‘장례’도 못 치르게 할 일이 될 수도 있다. 영리보험사에 가입한 보험에서 2천여만 원의 보험금(해약환급금 포함)을 받았지만, 6천여만의 의료비가 고스란히 유가족의 부담이 되었다.
영리병원이 도입된다면 비급여대상 의료비가 올라갈 것임이 자명하다. 비급여대상 의료비가 올라가면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금(의료비)이 변하지 않아도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금(의료비) 지급률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이 직접 ‘비급여대상 의료비’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영리보험사가 ‘영리병원 의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이라며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를 내게 한다면 ‘영리병원의 수입’이 오르지는 않아도 영리보험사의 ‘수입’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므로 ‘의료비’나 ‘보험료’로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일이다.
◆ 영리병원과 기존 의료기관
이명박 정부가 기어코 제주도에 국내 최초 영리병원을 도입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영리병원이란 주식회사처럼 기업 등 일반 투자자들이 자본금을 내서 병원을 설립하거나 운용하여 남긴 수익금을 자본금을 낸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형태의 '수익 추구 형태의 병원'을 말하며, ‘영리병원 또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라고도 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 국가,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만 의료기관 설립이 허용되고 주식회사 형태는 금지되어 있다. 주식회사 형태인 영리보험사가 보험소비자의 권익보다 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더 중요시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문제를 보면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도입 시 일어날 사회 문제를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
물론 기존에 있는 의료기관도 영리를 목적으로 한 의료기관이 9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영리의료기관이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하는 영리병원과 다른 점은 ‘수익’이 남으면 의료기관에 재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과 의료기관 설립 자격은 ‘의사’에게만 있다는 점이다. 즉 의사가 자본을 대 의료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한 결과 수익이 남으면 의사만이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리병원은 의사가 아닌 누구라도 의료기관을 설립할 ‘자본’만 있으면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하고 투자한 자본에 대한 ‘수익’에 대한 ‘배당수익’을 남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 영리병원 도입과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이명박 정부는 영리병원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유지할 것이며 결코 국민건강보험을 영리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의해 영리병원과도 강제로 의료비 정산 계약을 해야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모든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과 강제로 계약해야 하는 법으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료급여 포함)의 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정한대로만 국민건강보험에 직접 청구해야 한다. 의료기관 임의로 환자와 직접 거래하여 의료비를 받을 수 없게 한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즉,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언제든지 자신이 가고 싶은 의료기관을 선택하여 진료 받을 권리가 인정되고 있는데 반하여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을 권리가 없다.
의료계는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를 요구하며 법적 소송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재는 합법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또다시 재심을 하게 된다면 언제든지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계약자율권’을 침해했다는 것인데, 정말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어 의료기관의 계약자율권이 인정된다면, 의료기관이 진료하고 싶은 환자만 골라서 진료할 수 있을까? 아마도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환자 유치를 하기 위한 의료기관끼리 경쟁을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환자를 유치하지 못한 의료기관은 결국에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고 말이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선택한 의료기관만 이용하도록 강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의료기관의 계약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료기관의 안정된 수입(환자 유치 보장)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정부의 ‘특혜’가 아닐까 생각되는 이유이다.
◆ 영리병원 이용자는 국민건강보험 보험금(의료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자
그래서 주장하는 바이다. 제주도에 도입될 영리병원을 이용하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가 있다면,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 백혈병 환자가 부담해야 했을 의료비 1억8천700여만 원을 환자가 직접 영리병원에 지급하게 해야 한다. 환자가 직접 지급하게 한다면, 1억8천700여만 원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즉, 국민건강보험료는 국가에서 정한대로 내야 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과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는 보험금(의료비)을 지급하지만, 영리병원을 이용할 때는 보험금(의료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 지정 의료기관 이용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의 ‘수입’을 계속 보장하고 영리병원과는 의료비 정산 계약을 맺지 않으면, 영리병원은 ‘환자 유치’가 매우 어렵게 될 일이다.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에 앞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의료급여를 적용하고 기존 의료기관의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영리의료법인) 전환금지와 의료법인 설립 허가제 등의 전제조건을 충족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영리병원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면 국민건강보험 환자는 영리병원 이용자를 확보하게 해 주는 훌륭한 ‘미끼’가 되어 영리병원 수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이 보장된 의료비를 영리병원의 ‘고정 수입’으로 확보하게 해 주자는 것과 같다.
게다가 기존의 의료기관이 영리병원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했으니, 영리병원 설립을 노리고 있는 ‘자본가’들의 ‘진입’이 쉽도록 도와주는 꼴이 된다. 영리보험사가 직접 영리병원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특정 법인을 들러리 세워 뒷돈을 대서 영리병원 운영권을 좌지우지 하더라도 법으로 규제 받지 않으면서 영리보험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료로 또 다른 수익이 보장된 업종에 진출하여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익을 더 보장해 주겠다는 것과 같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설립 허가’를 내 줄 ‘권한’을 쥐게 되어 있으니 해당 부처 공무원은 영리병원을 설립하고자하는 자본가들의 ‘로비 대상’이 되어 부정의 온상이 될 개연성도 갖고 있다 하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제주도에서 의료기관의 의료광고를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의료광고’로 발생되는 ‘비용’은 ‘언론사의 수입을 보장’함과 동시에 ‘의료비 인상 요인’이 된다. 지금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언론사의 수입’만큼 ‘보험료(의료비)’를 더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리병원을 도입하면 국민의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던 기획재정부의 주장이 ‘거짓’으로 들통나버린 셈이다.
◆ 차라리 국민건강보험으로 보험자 병원을 만들자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될 보험금(의료비)이 없다면 영리병원의 생존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을 일이다. 자본가의 영리병원 설립으로 ‘자본가의 수익’을 보장해 줄 ‘봉’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영리병원과 경쟁할 국민건강보험 설립 보험자 병원을 만들어 버리자.
재벌영리보험사의 ‘위장 영리병원 설립’을 하기 위한 ‘자본’은 결국 영리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가 가입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재벌영리보험사는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데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국민건강보험에서 설립한 보험자병원 설립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국민건강보험에다 보험료를 내든, 영리보험사에 보험료를 내든 최소 부담으로 최적의 의료공급을 받고자 할 뿐이다.
시장자율경쟁을 부르짖는 영리보험사 주주들에게 제안한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접 의료기관을 운영하겠다고 하는 것에 ‘반발’하지 말라는 거다. 공공의료기관과 영리의료기관과의 ‘경쟁’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에 대한 ‘진정한 자율경쟁’ 아니겠냐는 거다.
정부의 ‘특혜’를 무기로 오로지 ‘주주의 이익’만이 목적인 영리보험사와 영리병원 도입은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에게는 ‘악의 축’으로 보일 뿐이다. 다수 국민의 ‘선택권’을 완전 무시하고 ‘특정 재벌의 수입’을 도모해 줄 목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면, 반드시 뒤탈이 따를 일이라는 것 각성해야 할 것이다.
2009. 12. 30. (수)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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