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통기한 만료/[내 인생의 배경음악]

비가 변하면 사람도 변하는 걸까

내 인생의 배경음악 ⑤ - 코나의 ‘비가와’ 
(다음에서는 음원을 제공해 주지 않으므로 참고로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멜론에서는 제공해 주는 듯 합니다. 액티브액스 깔기 귀찮아서 확인은 안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 생각나는 것은? 대학교 때는 ‘파전에 막걸리가 진리’라는 주입식(?)교육을 받았다. 뭐 재미없는 헛소리는 제껴두고, 사실, 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추적추적 내리는 풍경이다. 웬지 몸도 마음도 무거워 지고, 기분이 그냥 그렇지만 비가 오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비를 맞고 돌아다니고 싶다. 그냥 우중충한 하늘도 그렇고 울적해 진 기분을 그냥 즐기고 싶다. 사실 20대 초반에는 비는 쏟아지는 것만 아니면 맞고 다니는 것이 당연했었다. (본인에게만) 그래서 비가 온다고 해도 우산을 안가지고 다니길 잘했다. (아까도 안사람이 우산 가져갔냐고 문자 왔다.)

◆ 언제부터 비는 위험해지고, 사람들의 감성은 말라갔나

그러나 요즘 비는 더 이상 낭만의 대상이 아닌 듯 하다. 공기 중에 있는 화학 물질이 비와 만나면서 결합하여 산성화된 ‘산성비’ 때문에 탈모증 유발자로 낙인찍혔었는데, 최근에는 아예 방사능 때문에 맞으면 죽기라도 할, 진짜 위험 대상이 돼 버렸다.

비가 기피대상으로 변하면서 어느새 사람들의 감정도 메말라 버린 듯하다. 내 연인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나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가족, 이웃들에게 표현해야 하는 감정들은 이제 별로 가치가 없는 듯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감정은 오로지 미니홈피 운영하면서 ‘중2병’을 과시할 때나, 혹은 연예인 오빠 언니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더 나아가 드라마속 주인공들이 슬플때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과장일까? 드라마 리뷰 기사나 블로그 글들이 주류를 이루는 포털 글들을 보면 꼭 그런 생각이 든다.

좀 더 나아가자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빨갱이’라고 낙인 찍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뉴스에서 어려운 이웃에 대한 기사를 보기 힘들기도 하지만, 어쩌다 나오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세상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이 당선되는 세상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몇 년 전 의료전문지에 일할 때는 취재하면서 약자에 대한 기사를 많이 쓰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사는 더 이상 쓸 일도 없고, 사람들도 관심을 별로 안갖는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안 그런 사람도 많은데,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때면 가끔 듣는 노래가 바로 코나의 ‘비가와’다. 1993년. 미성숙한 인격의 내가, 하지만 질리도록 우울하고 감상적이었던 내가 더 사랑스러워서다.

◆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코나 1집

하와이의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코나’라는 그룹은 배영준과 김태영, 박태수라는 세명의 남자가 만든 그룹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레게를 표방한 그룹이기도 하다. (참고로 코나 1집이 1993년6월, 김건모의 핑계가 1993년10월, 닥터레게 1집이 1993년11월 발표됐다. 차분한 분위기여서 레게하면 김건모의 핑계가 최초인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코나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2.5집에 해당하는 앨범‘Overlap’에 실린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와 3집에 실린 ‘마녀! 여행을 떠나다’지만, 본인은 소위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의 앨범은 1집 ‘그녀의 아침’과 2집 ‘New Brand Spice’가 아닌가 싶다. 특히 1집에 실린 김태영의 목소리는 매우 감상적이고, 지금 들어도 신선하다.

김태영의 목소리는 처음 앨범이 나왔을 때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미성인데다 차분한 느낌이 듣는 이를 푸욱 가라앉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와 1, 2집이 ‘전설’이냐면 김태영이 군대를 다녀왔고, 그 이후 목소리가 변해버렸다. --; 아무리 ‘마녀 여행을 떠나다’가 감미롭다고 해도 1집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그 분위기에는 조금 못미친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의 보컬은 정태석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곡들이 좋지 않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색이 다르다. 사과와 배의 맛을 비교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제 레어 물품이지 않을까 싶은 코나 CD. 본인 소장품이다.


비가와 그 거리위에 비가와 날 적셔주는 / 지금도 갖고 있나 파란 우산을 / 널 처음 만난날 갖고 있었던 기억나 / 오 하루종일 하늘은 하얀 비를 내려 / 널 자꾸 생각나게 해 / 이렇게 잠이 들어 있던 기억들을 / 아~ 비가와 따뜻한 한숨에 담긴 그대 / 하얀 입김처럼 가만히 내눈가를 적셔주는 / 비가와

보너스로.

왜 사람은 비가 오면 감상적이 될까. 포털에서 검색해 보니...

1. 모든 사랑의 고백은 하늘에 닿았다가 상대방에게 전달되는데,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시 올라가는데, 그렇게 모인 이야기가 비가 올 때 함께 내려온다고 한다.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

2. 햇빛을 볼 수 없으면 우울함과 침착함을 유발시키는 호르몬 ‘멜라토닌’이 나온다고 한다.
잠이 오게 하는 역할도 하는 이 호르몬은 우울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고.
어두운 밤에 쓴 편지는 아침에 읽지 말고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제일 과학적이다)

3. 추적추적하는 비소리를 듣다보면 일정한 리듬 때문에 마음이 차분해 진다.
(소나기나 그런것은 해당 안되겠군)
일정 이상 나는 소리들이 정신을 흐트러 뜨리기도 한다. (이건 본인생각)

4. 오행학설로 봤을 때 토는 습이며, 토는 비위를 나타내고, 습이 적거나 너무 많으면
비위에 영향을 크게 준다고 한다. 그래서 소화가 아니되거나,
토로 인한 여러 질환이 사람에 따라 나타난다고 한다. (뭐야 이건...)

5. 비가오면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진다. 그러면 안구에도 습기가 많아진다.
그래서 우울해진다. (뭐야...그럴듯해...!)

6. 대기 중 활력이 감소해서 그렇다. 공기 중 생명에너지가 비가 올 때는 줄어든다.
(그런데 식물은 왜 생생해지지?)

7. 니가 그런 사연이 있어서다. (제일 그럴듯해!!!)

하여간 이런 내용들이 있다.(-_-;) 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자기 마음이겠지만.

* ‘내 인생의 배경음악’은 노래의 평론이 아닌 노래와 얽힌 제 삶의 편린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 사실 기획물로 꾸준히 쓸 생각으로 시작한 시리즈은데, 최근 이것저것 준비로 포스팅이 늦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 글을 기다리는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뭐 사실 자주 포스팅하는 열혈 블로거도 아닙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