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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신종플루 위기, 정부는 타미플루 안사고 버티나

신종플루에 대한 포스팅이 벌서 세번째네요. 아무래도 국가적 관심사이기 때문일까요.

신종플루(인플루엔자A, H1N1)가 가을이면 대유행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유는 초·중·고교학생, 혹은 대학생들의 외국 나들이 후 귀가(초글링의 점령?)때문이라고 하는데, 정작 문제는 다른 부분이 아닌 국가의 대응체계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의약품 구비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말만 앞서고 의약품 구비라는 기초적인 문제부터 외면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것이 바로 타미플루 입니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타미플루의 구비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이 타미플루 구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타미플루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사에서 내 놓은 인플루엔자 치료제입니다. 이번에 신종플루가 퍼지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죠. (역시 다국적 제약사인 GSK의 리렌자라는 약도 있기는 하지만 복용상의 불편함(흡입제)때문에 별로 관심을 못받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타미플루, 리렌자를 충분히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구비하고 있는 약은 전체 국민의 약 5%(약 250만명분)이며, 올해 말까지 정부가 확보하겠다고 공언한 양은 우리나라 인구의 약 10%(약 530만명분)입니다. 그러나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양인 20%에 크게 못미치는 양입니다.

미국, 스위스,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는 WHO 권고 기준 이상의 물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아낄걸 아껴야지”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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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강제실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제실시란 공익을위해 특허를 무시하고 특정 물품을 국가 주도로 강제 생산토록 하는 제도인데요. 일각에서의 주장은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제실시는 사실 최근까지 의료계에서는 큰 관심을 끌어 왔던 주제입니다. 바로 에이즈치료제인 ‘푸제온’ 때문인데요. 푸제온은 항체 등의 이유로 기존의 약이 듣지 않는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약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중에 풀린적이 없는 약이기도 합니다. 바로 로슈가 정부와의 약가 협상 결과에 불만을 품고 우리나라에는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타미플루와 푸제온 모두 로슈의 약이네요. 헐. 언젠가 다른 다국적제약사 직원과 이야기 할 때 “우리도 로슈 이야기 나오면 *팔리다”고 한 이야기가 기억나네요)

강제실시만 하면 약이 바로 생기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그게 또 생길 것 같습니다. 국내 제약사인 CTC바이오가 2006년에 타미플루 재료 공급을 인도 제약사인 헤테로사와 계약한 바 있다고 하네요. 재료만 들어모면 CTC바이오와 SK케미칼이 반씩 생산하기로 했다고 하고요.

SK관계자에 따르면 약품 생산은 재료 입고 뒤 15일이면 된다고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만일 가능하다면 15일이면 허가를 내 준다고 했으니 1달이면 타미플루 복제약이 국내에 추가 생산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 양은 250만명분, 즉 우리나라 인구의 5%에 해당합니다. CTC바이오·SK케미칼 외에도 강제실시만 하면 제네릭을 생산하겠다고 밝힌제약사도 꽤 있으나 20% 채우는건 문제도 아닐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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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WHO가 권장하는 20%의 치료제를 확보하려면 우리나라는 비싼돈을 주고서라도 타미플루나 리렌자를 구입하거나 강제실시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정작 정부는 어느쪽으로도 액션을 취할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우선 비싼 돈주고 타미플루를 구입한다고 하는 선택은 이미 늦은 선택인 듯 합니다. 로슈에서 그만큼 급박하게 생산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슈가 공장을 완전 가동한다고 해도 전 세계 인구의 20%가 복용할 수 있는 타미플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린다고 하네요. 헐.

두번째 강제실시는 현재까지 정부 행태로 봐서는 절대로 가지않을 길이라고 봅니다.

우선 로슈의 모습을 보면 절대로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동안 로슈는 에이즈 환자단체들과 수많은 충돌을 했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만이 아닙니다. 작년에는 미국, 프랑스, 태국 등 10여개국 53개 단체와 수많은 사람들이 로슈를 규탄하고자 로슈의 창립기념일인 10월 1일부터 ‘로슈규탄 공동행동’을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에이즈약 푸제온의 가격을 인하하라구요.

두번째 우리나라 특허청의 행태입니다. 우리나라 특허청은 기존에 이미 강제실시를 한번 기각시킨 적이 있습니다. 역시 푸제온에 대해서입니다. 이유는 대체약이 있다는 것인데요.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면 우리나라에는 푸제온에 대한 대체약이 없습니다. 아니 있기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대체약은 없습니다.

그러면 특허청은 왜 뻔히 보이는 문제임에도 강제실시를 하지않을까요? 이유는 바로 통상마찰 때문입니다.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의 약을 강제 실시하면 로슈가 외교적 압력을 걸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아래 동영상은 최근 특허청의 푸제온 강제실시 기각 후 시민단체쪽과 가진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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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는 신종플루의 대유행 위기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심각하게 생각하기시작한 것도 얼마전 2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난 뒤입니다. 위험성 단계도 다른 나라에 비해 천천히 올리고 있기도 하구요.

부디 정부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외양간 고쳐놓고 소도둑 안오면 어떻하느냐”는 정부의 태도는 정말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