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인플루엔자A H1N1)으로 그야말로 불똥 맞은 주말이었습니다. 그동안 크게 위중한 사망자가 없어 대중의 관심에서 한편으로 멀어졌던 신종플루가 15, 16일 2명의 사망자를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망자 발생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시사점이 있습니다. 우선 신종플루가 더이상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사실 그동안 신종플루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경우가 드물어 우리나라에서는 큰 관심이 없었죠.
여기에 한가지 더 중요한 사실은 타미플루의 처방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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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성분명 : 오셀타미비르)라는 의약품은 로슈에서 판매중인 인플루엔자 치료제 입니다. 바이러스의 단백질인
타미플루
이 의약품은 신종플루가 퍼지면서 상당히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약을 제때 처방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사망한 환자 두 명 모두 제때 타미플루를 처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첫번째 사망 환자의 경우 8월1~5일 태국에 다녀와 8일 보건소에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호흡기 증상이 없어 마스크와 항균비누만 받았고, 환자는 이후 다시 인근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9일 지역병원 응급실로 내원했고, 10일에는 종합병원으로 갔다가 12일에야 추가검사를 통해 타미플루를 처방받았습니다.
환자는 15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지만 결국 사망했죠.
두번째 환자를 보겠습니다. 이분은 7월24일부터 증상이 나타났으나 병원에는 29일 방문, 30일에는 다른 의료기관에 방문했으며, 31일에는 또 다른 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죠. 8월 4일에야 신종플루 검사가 시작됐고, 7일 타미플루 투약, 8일 양성확인, 16일 신종플루 확진 받았으나 같은날 사망했습니다.
이 두 환자의 공통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둘은 처음 내원시 신종플루 검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타미플루 투약이 매우 늦은 셈이죠.
첫 번째 환자는 8일 의심증상이 드러났으나 타미플루 투약은 12일, 4일이라는 간격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환자는 7월24일 증상이 드러났으나 8월 7일 타미플루를 처방받았습니다. 이분은 무려 14일간 타미플루를 처방받지 못하고 방치된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언론들이 초기 대응이 늦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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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최초 사망사례를 브리핑중인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사실 타미플루는 치료효과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부작용이 있다는 주장들도 많죠.
대표적으로 영국 의약건강제품통제국(MHRA)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지금까지 모두 293건의 타미필루 관련 부작용이 보고됐습니다. 부작용 중에는 심장, 안과 관련 증상을 비롯, 정신계통 부작용 46건, 신경계통 부작용 48건, 원인 불명 사망도 1건 있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메츄 톰슨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계절성 독감의 지속기간을 1.5일까지 짧게 만들어주지만 천식이나 발열, 중이염같은 합병증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으며 오히려 구토같은 것을 유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예 독일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독일 미테 병원 약학연구소의 베른트 뮐바우어 소장은 타미플루의 효과는 실험실에서 입증됐을 뿐인데다 보통 독감에 대한 효능도 과장됐다며 치료기간을 단하루 줄여주는 효과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이다 보니 때문에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타미플루를 복용하게 해야 한다,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죠. 일본에서는 투신 등 이상 행동이 잇따라 발생한다며 10대에게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구요. 반면, 국내에서는 1세 미만 어린이에게도 타미플루 처방을 허용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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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두번째 신종인플루엔자 사망사례 관련 브리핑중인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
만일 현 상황에서 타미플루도 안듣는 최신종 인플루엔자가 탄생한다면? 이건 진짜 치료제도 없는 병이 됩니다. 아파도 손쓰지 못하고 구경만 해야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죠.
실제로 덴마크에서는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환자가 발생한 사례가 지난 6월말 나왔습니다. 로슈측은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퍼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지만 어쨋든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살떨리는 이야기입니다. 이거.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우도 항바이러스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의 내성이 매우 급속히 발전할 확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예방약’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죠.
따라서 타미플루의 투약에 대해서는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의심간다고 해서 무조건 투약할수는 없는 노릇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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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책은 뭐냐.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신종플루에 대한 검사를 좀 더 철저히 하는 것. 다시말해 타미플루 처방을 좀 더 엄격하게 하되, 의심이 확실해지는 순간에는 신속히 투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약에 앞서 결정 절차를 단축한다거나 빠른 결정 기구를 만든다거나 할 수있겠죠.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과연 이같은 조치가 가능할까요? 솔직히 불안합니다. 이미 정부와 의료계가 책임 전가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사망자가 발생한 당일, 입장을 내 놓았는데요. 입장문의 골자는 이겁니다. “우리 책임 아니다”. 실제 입장을 밝힌 보도자료 일부를 보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염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일선 현장에서 환자 진료에 애쓰는 의료진과 민간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보건소는 단지 의료기관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등 소극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행태를 보여왔으며, 질병관리본부에서 내린 신고지침을 의료기관에 신속·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아 일선 병·의원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는 겁니다.
의사협회는 또, “첫 사망자의 경우 신종플루 감염자가 보건소를 방문하였으나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한 것은, 의료기관도 아닌 보건소에 전염병 진단과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침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신종플루 사망자들의 경우 보건소만 들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을 3군데 이상 전전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요. 보건소는 잘못이 있고, 민간기관인 의료기관은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미리부터 “우리 잘못은 아니다”라고 던지고 보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자칫 실망을 안겨 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의사협회은 이번 사태에 맞춰 관련 기관과 의료직역을 총 망라한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발빠른 조치로 국민들에게 칭찬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부와 의료계의 ‘책임 미루기’가 표면에 드러나는 것은 순조로운 인플루엔자 대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불안해 지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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