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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미디어 후비기

막장드라마, 왜 막장인가

최근 막장드라마에 대한 논란이 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연말 시상식 때부터 인것 같은데...말이야 바른말이지연말시상식이야 어차피 방송국에 많이 기여한 드라마,출연진에 주는 상이고보면...뭐 이거에 대한 논란은 이미 다른 분들이꽤 많이 다루셨고 보니...

사실 본인도 막장 드라마 팬까지는 아니어도 재미있게 본 사람이다. 본인이 본 막장드라마는 바로 ‘조강지처 클럽’이다.

전부 다 본 것은 아니고 중반 이후부터 본 것 같은데, 하여간 재미있게 봤다.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길억 역할을 했던 손현주씨와 한원수 역할을 했던 안내상씨 때문에 봤다. 특히 안내상씨의 밉지 않은 악역은 정말 극의 감초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본다. 솔직히 나화신, 구세주 같은 캐릭터만 있으면 안봤다. 아 모지란역을 했던 김희정씨의 후반부 망가지는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근데 이런 드라마가 왜 막장일까. 왜 막장이냐고 물으면 그냥 통속극이라서, 시나리오가 개판이라서 등등 이런 반응이다. 뭐 그런 식으로는 왜 막장이냐고 묻는 ‘안해’분들께 상당히 씹힐것 같아서 나름대로 한번 정리해 봤다.(본인의 안사람은 다행히 막장드라마보다는 무난하게평가받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팬이었다. 뭐가 다행이냐면 막장드라마 논란으로 싸울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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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의 특징이라면 우선 내용이 바람, 이혼, 배신, 복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야 뭐 주요 시청자층이 남편들에게 불만이 있는 여성분들이기 때문일 거다. 뭐 ‘조강지처클럽’도 그렇고 아내의 유혹도 그렇고. 말하자면 ‘여성의 복수극’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주로 출생의 비밀이 너무 자주 쓰인다는 것일거다. (이게 왜 재미있는지는 본인도 잘 모르겠다) 최근 인기 있는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이런 내용이더라...

출생의 비밀 추리극(?) '에덴의 동쪽'



세번째 특징은 그들을 구해주는 구세주 같은 이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거다. 소위 신데렐라의 왕자님들이.

네 번째 여기에 한가지를 더하자면 시청자에 질질 끌려다니는 스토리도 있겠다. (솔직히 하얀거탑이 걸작이었던 이유는 김명민씨의 연기도 있지만 원작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에 이끌려 다니지 않았던 이우도 상당하다고 본다)

다섯 번째 특징은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다. 최근 백혈병을 주제로 했되 현실성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내세웠던 ‘너는 내 운명’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마지막으로는 스타에 의존하는 제작시스템도 꼽을 수 있겠다. 뭐 이거야 한두개가 아니니 그렇다 치자.

더 있을까? 따지면 복잡하니까 이정도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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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막장드라마가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을까. 사실 위의 특징만으로 막장이라고 보기는 좀 무리가 있다. 위 특징을 가진 영화들도 막장 소리를 안들은 드라마들이 많지 않은가?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도 따지고 보면 SF, 판타지도 여기에 속한다. 좋지 않은 내용을 보여줘서 막장이라고? 그것만도 또 아니다. 걸작들 보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내용, 예를 들어 범죄 드라마 같은 것들도 다 막장이라고 불리워야 하지 않겠나. 신데랄라를 구해주는 왕자님, 남자들 보기엔 기분 나쁘겠지만 생각해 보면 히어로물 즐기는 남자들도 대다수 여성분들께는 이해받기 어렵다.

그보다는 항상 비슷한 스토리를, 그것도 성의없는 시나리오로 보여주는 방송사에 대한 염증이 ‘막장드라마’라는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이혼이니 뭐니 하는 내용들이 한두번 다뤄진 것도 아니고 지겹도록 많이 다뤄진 내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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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일본, 미국 드라마의 붐이 불었다. 본인도 일본, 미국 드라마 몇 편을 본 편인데, 이때 상당히 재미있다고 느낀 이유는 그 드라마들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드라마는 제법 돈이 들어가서인지 괜찮은 편이지만 우리나라 드라마에 비하면 일본 드라마는 유치한 편이다. (물론 몇몇 드라마들은 상당히 세련됐었다. 몇편 보았던 ‘노다메 칸타빌레’는 상당히 세련됐다. 소위 ‘돈’좀 부은 티가 났다) 반면 우리나라 드라마들은 하도 비슷한 내용을 많이 다뤄서인지 막장이라 해도 무척 세련된 편이다.

일본은 어떻게 그런 세련된 시나리오를 많이 낼 수 있었을까? 아마도 소스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은 원소스 멀티유즈의 천국이다. 만화 한편 히트치면 화집, 드라마CD부터 주제가CD제작에서부터 드라마, 영화화 등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미국은 어떨까? 일단 보는 사람이 많으니 많은 돈이 투자 가능하다. 인구가 틀리지 않나. 거기에 영어권 나라들에대한 수출 가능성까지 따지면 벌어들이는 돈의 차이가‘후덜덜’이다. 물론 미국드라마도 막장드라마 있다. 본인은 대표적으로 스몰빌을 꼽고 싶다. 스몰빌을 꼽는 이유는 바로 너무 지겨워져서다. 슈퍼맨의 학생시절을 그린 상큼한(?)청춘드라마 스몰빌은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인기가 있어서인지 내용이 질질 늘어지기 시작하면서 막장 됐다.(본인 감상이다. 스몰빌 팬 있다면 미리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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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 그것도 하나의 문화인데 어쩌랴. 우리 장모님은 베토벤 바이러스 보면서 왜 재미있는지, 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분들에게 클래식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칠까? 그럴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본다.

물론 신선한 드라마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소위 좋은 드라마가 아쉽고,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까지 새로운 것을 배우라는 것도 또 하나의 강요가 아닐까. 그냥 막장드라마 인기끌게 놔두는 것도 꼭 나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사족을 붙이자면 자라나는 꿈나무(!)인 청소년들에게는 막장드라마를 보여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봤으면 싶다. 어린애들에게 벌써부터 막장 남편들을 뭉개는데서 쾌감을 얻는 냉혹한 남존여비 시절의 철지난 복수극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아보인다.

본인이 결혼하는데 최대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사랑과 전쟁. 우리 안사람은 결혼 전에 이 드라마(?)를 보고 결혼생활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걸보고 불쾌한 남성 제군들과 신선하고 시청자들에게 끌려다니고 싶지않은 ‘세련된’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지 말라고 밖에, 기대할 것을 기대하라고 밖에는 할 이야기가 없다. 지금의 세련된 시청자들이 나이들고 인구가 늘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리모콘을 쥐고 있는 이들은 분명 대부분이 ‘아줌마’들과 ‘빠순이’들이니까. 아니면 (본인도 그렇지만) 세련된 시청자를 공략하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용감한 드라마 제작자들을 계속 기대해 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