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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제,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내년 3월부터 적용되는 선택진료제 개편안에 시민단체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복지부가 11월27일 발표한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선택진료 담당 의사를 실제 진료가 가능한 재직의사의 80% 범위내에서 지정

▲ 비선택 의사를 1명이상 의무화

▲ 선택가능한 의사를 3명까지 확대

일단 이건 복지부가 밝힌 개편 내용이고...시민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변경 내용도 있다고 지적한다.

▲ 주진료과목 의사가 진료지원과 의사선택을 위임받을 수 있게 된다.

▲ 법정영수증 서식에 선택진료비가 합산돼서 표기된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사실 이것만 봐서는 뭐가 문제인지 나도 모른다. 그런데 복지부는 개편안을 공개하면서 윗 부분은 밝히고 아랫 부분은 밝히지 않았다.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 것일까? 하나하나 캐들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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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정부가 밝히지 않은 아랫부분, 주진료과목의사가 진료지원과 의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는 환자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어물어물 진료지원과 의사까지 ‘선택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선택진료신청서 개편안을 보자.


기존 선택 양식은 환자가 하나하나 선택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주진료과 의사가 진료지원과 의사에게 선택을 위임시킬 수 있게 하고 있다.

비선택진료라고 표기하는 부분이 있기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병원에서의 현실은 다르다.

지난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선택진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신청서를 작성한 환자는 21.9%에 불과했고 선택진료를 선택한 이유도 ‘병원에서 특진의사를 권해서’(34.6%)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즉 선택진료가 뭔지도 잘 모르고 선택하는 이들이 80%에 가깝고, 반면 병원에서 권한다는 이유로 선택진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병원에서는 경력이 많고 뛰어난 의사를 선택,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선택진료제의 취지라고 설명할지도 모르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의료계에 어지간히 관심이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어느 병원에서 어느 의사가 명의인지, 잘하는지, 자신과 잘 맞는지 모른다. 선택진료를 할만한 판단의 근거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병원에서는 왜 선택진료를 하게 할까? 당연히 선택진료를 하게 되면 더 많은 진료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비급여로.

예를 들면 진찰료는 약 55%, 검사료는 약 50%, 영상 진단료는 25%, 방사선 치료료는 50%, 방사선 혈관촬영료는 100%, 마취료는 100% 등을 더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급여 환자인 A씨는 백혈병으로 병원에 가면 진료비를 내지 않고 치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전액 무료로 치료받는 의료급여 환자는 별로 없다. 국가에서 돈을 다 대주지만 선택진료를 권하는, 혹은 유도하는 병원 때문에 1년에 1000만원 이상을 내고 있다.

그런데 이제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만 선택하면 알아서 진료지원과까지 친절(?)하게 골라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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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째 문제, 법정영수증 서식에 선택진료비가 합산돼서 표기된다는 조항이 뭐가 문제인지 보자.

일단 아래 영수증 양식을 보자.



개정된 영수증 양식에 따르면 선택진료비를 과별로 표기하지 않고 합산해서 표기토록 하고 있다. 즉 환자는 어느 과에서 어느 선택진료비가 나왔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우선 백혈병환우회 관계자에게 받은 자료를 한번 분석해 보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이 진료비 재심사를 요구한 환자 중 무작위로 선출한 백혈병 환자 40명의 선택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38.8%~90.39%(평균51.32%)가 부당한 선택진료로 과다청구돼 진료비를 20만원에서 최고 300만원(평균 112만원)까지 돌려받은 걸로 나타났다.

즉 선택진료비 중 50%는 과다청구된 금액인 것이다.

문제는 개정된 영수증 양식에 따라 합산되서 표기될 경우 심평원 구제신청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뭐가 얼마나 나왔는지 알아야 구제 신청을 하던지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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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선택진료제도 자체는 아예 폐기하는 것이 맞다. 대신 병원의 수가를 올려 병원의 수익을 보전해 주는 것이 합당한 정책일 것이다. (물론 병원에서는 정부를 못믿는다고 할지라도.)

사실 선택진료제 자체가 원래 환자들을 위한다기 보다는 병원측의 수익을 위한 제도라는 측면이 더 크다 보니 병원에서는 선택진료를 어떻게든 시키려고 하는 면이 많다. 그러나 꼭 선택진료를 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선택진료 자체가 강제는 아니다. 병원에서 선택진료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하면 바로 보건소에 신고해도 된다. 만일 ‘진료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진료거부로 신고 가능하다.

경력이 많은 의사에게 간다거나 그런 것도 문제는 아니다. 솔직히 누가 명의인지 환자가 어떻게 알겠나. 그저 병원에서 권해주는대로 선택진료를 한다면 그게 무슨 선택진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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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쩃든 이번 개정안은 환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

병원 관련 이슈들은 사실 본인이 아프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한번 겪어본 이들은 어떻게 진료비가 집안 기둥을 무너뜨리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민영보험 하나 드는 것보다 건강보험과 의료정책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적어도 멋모르고 쓰지도 않아도 될 선택진료비로 1년에 1000만원 이상 쓰는 일은 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