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드라마같은 병원내 교수 압박 사건.

드라마 ‘하얀거탑’이나 ‘뉴하트’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숨막히는 병원 내 권력싸움을 보고 ‘실제로도 병원이 저렇게 돌아가나’라는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병원이 있다. 특정인의 피해를 우려해 병원명과 특정인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병원의 한 정형외과에서 생긴 일이다.

드라마속에서만 있는줄 알았던 병원내 권력싸움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S교수는 국내에서 척추관 협착증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한때 일주 평균 신규 환자가 10~15명이나 늘어나 병원에서 가장 바쁜 의사로 알려져 있었다고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소회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병원에서 가장 고독하고 한가한 의사다. 지난 7월부터 병원측이 기존 환자외에 신규 환자를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K병원을 찾았을 때 병원측은 S교수의 연구실을 알려주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였다. S교수가 이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그가 시행해 온 ‘척추관 협착증 시술법’이 발단이 됐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내에 지나가는 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생기는 대표적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척추에서 신경을 누르는 부분을 제거하고 대신 척추뼈를 고정하는 장치를 심는 시술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S교수가 척추관 협착증에 하는 시술법이다. 이 사진에서는 3개의 마디를 연결하는 장치를 설치했는데 이를 두번에 나눠서 하라는 것이 병원장측의 요구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척추내 장치를 많이 심는 것을 ‘과잉 시술’로 판단, 진료비를 삭감하면서 병원장측은 S교수에게 ‘삭감당하지 않는 시술방법’을 요구했다. 삭감당하지 않는 시술법이란 바로 척추관 협착증이 발생한 곳에 척추 한 마디 만큼만 치료재료를 박는 것이다. 만일 두 마디 이상 치료재료를 박아야 할 경우 두 번을 시술하라는 것이 병원장측의 요구였다는 것이다.

S교수는 “심평원에서 요구하는 시술대로 한다면 환자는 한번 수술할 것을 두 번 수술해야 한다. 이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과연 심평원의 판단대로 S교수의 시술법은 과잉일까. 판단의 몫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1심에서 과잉청구가 아니라며 S교수의 손을 들었고, 2심에서는 S교수 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심평원은 2심에서 상고를 포기했지만 S교수측은 좀더 명확한 판단을 위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말하자면 아직 확실하게 과잉시술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병원장측은 이같은 상황은 무시하고 S교수가 환자 시술시 반드시 필요한 치료재료마저 공급하지 않고 신규 환자는 아예 차단해 버린 상태다.

하얀거탑을 보면서 누구나 하던 이야기들은 '진짜로 저렇게 병원내 권력 싸움이 있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같인 일이 벌어지는 현장은 참 씁쓸했다. 현실과 타협하고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바람직한(???)의사상을 보여준 김명민.



S교수는 “새로온 병원장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자신에게 보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평원과의 대립이 문제가 아니라 “심평원 기준대로 시술하라”는 병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진료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결과, K병원장측이 S교수에게 가는 환자를 끊는 방법은 상상을 초월했다. S교수는 “내게 진료 신청을 하는 환자를 병원측이 막을 뿐만 아니라, 수술이 잡힌 환자들까지도 수술실 문전에서 뒤돌아서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2년 이상 S교수에게 진료를 받던 한 환자는 수술 당일 병원에서 ‘수술은 불가능하다. 알아서 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수술을 위해 입원했던 환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환자는 며칠 후 다른 병원에 입원, 수술까지 받았음이 확인됐다. S교수는 병원측에서 자신에게 수술을 받지 못하도록 환자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병원에는 현재 척추관 협착증이 심해져 다리 마비 증세까지 왔지만 수술을 받지 못하고 대기중인 환자도 있다.

S교수는 “이뿐아니라, 병원장측이 나를 매도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허위사실이 적힌 유인물까지 배포했다”며 “병원장이 동료 의사를 믿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장과 S교수와의 대립으로 벌어진 사건은 아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병원이라는 폐쇄된 사회에 몸담고 있는 S교수가 이를 헤쳐나가기엔 참 버거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