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조금 선정적으로 보이지만 이건 실제 상황이다. 바로 민영보험사가 요구하는 질병고지의무와 병원들의 편법요양급여신고, 금융위원회가 빚어낸 ‘앙상블’(?) 탓이다.
이 글의 대상은 민영보험에 가입해 있는 사람, 가입하려고 생각 중인 사람, 그리고 가입해 있지 않은 사람. 즉 대한민국 국민 모두다. 조금 길고 복잡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자세히 봐주길 바란다.
일단 A씨의 실제 사례를 따라가보자.
A씨는 최근 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내역서를 떼어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단순 두통으로 병원에 갔던 것이 내역서에는 뇌암으로, 위염으로 내원한 것이 고지혈증·본태성 고혈압·불안정성 협십증으로, 감기는 고혈압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잘못 기록된 경우가 무려 17건에 달했다.
그는 “어떻게 뇌암환자가 아무런 치료도 받지않고 있을수 있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병원측에 항의했지만, 병원측은 “보험 처리를 하기 위해 그랬다”며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의료기관이 이처럼 건보공단에 제출하는 요양급여신청서에 엉뚱한 질병명을 기록하는 것은 더 많은 급여를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대질환일수록 건보공단에서 더 많은 돈을 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환자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은 바로 의료기관에서 발급해 주는 영수증 때문이다. 현행 영수증에는 진료과목과 보험급여 항목, 비급여 항목, 금액 산정 내역 등만 공개돼 있어 의료기관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진료비 영수증. 아무데도 질병명이 기록돼 있지 않다.
문제는 이같은 질병기록이 있는 상황에서 민영보험사에 가입할 경우 바로 보험사기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입자가 병원에서 이같이(두통을 뇌암으로)기록, 건보공단에 보고하고 있는 것은 모르고 자신은 건강에 ‘이상없음’이라고 썼다가 진짜로 큰 병이 생겨서 보험금을 타러갈 경우 사전에 자신이 갖고 있는 병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범으로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사실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당장 환자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병원이 우리가 낸 건강보험료를 편취(!)했다는 문제는 있지만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자)
건보공단에 기록된 정보는 아무나 함부로 볼 수 있는 성질의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록이 그렇게 돼 있어도 민영보험사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보험사는 보험사기자로 의심되는 경우 그 사람의 건보공단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문제다.
보험사기자로 의심되는 기준은 보험금을 연속으로 받았거나 자주, 받거나 큰 돈을 받는 경우가 해당된다고 한다. 이 경우 보험사기자로 확인되면 보험금을 못받는 것은 물론 원금도 못돌려 받을 수 있고, 심한 경우 경찰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보험가입자는 병원에서 자기가 진단받지도 않은 질병명으로 기록, 보험사에 정보가 넘어가는 바람에 3년째 보험회사와 싸우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자신은 민영보험회사에 가입하지 않아서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동차보험도 민영보험에 속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예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척추염 등으로 병명이 기록돼 있었던 사람은 ‘기왕증(즉 교통사고가 나기 전에 원래부터 있었던 병)’으로 판단돼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요양급여내역서를 개인이 일일이 확인하고 잘못된 경우 이를 수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 글을 읽고 본인의 진료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내일쯤 건보공단에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일단 열람은 가능해도 발급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이 받아본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우선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 잘못된 진료 영수증에 질병명이 기록돼 있지 않아 자신이 어떤 질병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했는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A씨는 잘못된 기록을 수정하기 위해 병원은 물론, 건보공단에 항의했으나 건보공단측은 “절대로 그런 일(질병명을 바꾸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결국 A씨는 보건복지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복지부로부터 “기록들을 다 올려주면 조사해서 정정처리 해 주겠다. 실사를 나가서 진료기록지와 공단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정정처리하고 해당병원에 징계처리 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이 그 받기 어렵다는 전설의 '건강보험요양급여내역서'.
이같은 경험을 한 사례는 A씨만이 아니다.
B씨는 “오늘 국민건강보험 공단에갔는데 요양급여내역서 안떼줄라해서 요즘 본인진료내역과 병원청구내용이 다른문제가 많은데 확인해야것다고 큰소리치니깐 ‘공단을 뭘로보냐 우리는 그냥있는줄아느냐 말도안된다’해서 장담하지 말라고 하고 발급안된다해서 일단 열람하는데 가지도 않은 병원진료내역들까지 있어서 싸우다가 결국은 발급받아왔다”고 말한다.
역시 건보공단과 다툼 끝에 요양급여내역서를 받았다는 C씨는 이렇게 충고한다. “공단 직원을 잡아 먹는다는 마음으로 가라. 본인도 안된다고 했던 요소가 몇가지 있었는데 목소리 높여서 계속 따져서 결국 받았다”
실제로 요양급여내역서를 떼러 갔던 사람들의 이야기. 출처는 보험소비자협회.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회장은 “가입자가 요양급여내역서를 민영보험사에 넘기면 개인 질병 정보가 상업용으로 활용될 수 있어 건보공단의 예민한 반응은 이해가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렇게 받은 정보를 절대로 민영보험사에 넘기면 안된다.
그러나 일단 법안이 올라왔고, 개정될 가능성이 있는 현 상황에서 나중에 보험사기자로 몰려서 우는 일은 없도록 하자.
이 글을 읽고도 그래도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아래로 한번 찾아가 보자. (광고도 아니고 돈 받은 것도 없다. 누룽지는 좀 얻어 먹은 적 있다. 흠. 이동근 기자 글 보고 왔다면 조금은 더 잘 설명해 줄지도...-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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