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숭례문이 다 탔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되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착찹함에 기분이 안좋네요. 이렇게 일하기 싫은 마음에 블로그나 들락거려 봅니다.
아까도 점심 먹으면서 후배 기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데 역시 숭례문 이야기가...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방화범에 대한 생각이 나서 예전 기사를 한번 정리해 올려 봅니다. 방화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방화를 습관적으로 하는 경우도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핏 보니 방화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으로 봐서 아마 이번 숭례문 방화범도 이런 종류에 속하는 것 같은데요. 아마도 ‘충동조절장애증후군’이라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동조절장애증후군은 중독성 도벽, 방화, 도박 등이라고 하는데 도박같은 경우는 혼자 죽는 거지만 방화는 여러사람 다치니 더 나쁜 케이스라고 해야 할까요?
일단 전문의에 따르면 이 증세의 특징은 행위의 목적이 명확치 않으며 충동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범인들은 긴장감이나 각성 상태가 고조 돼고 충동을 억제하면 할수록 정신적 긴장이 더 커지므로 일단 실행하고 나면 쾌감이나 만족감, 긴장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한 충동성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행동을 실행한 뒤에는 자책감이나 후회, 죄책감 등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니 참 무서운 병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그 중 방화광(!)은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고의적으로 계속해서 불을 지르거나 불타는 것을 봄으로써 긴장을 완화하고 강한 황홀감(헉)을 느낀다고 하네요...
방화범(확은 광)은 충동조절장애증후군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환자는 목표를 정할때는 특별한 감정 없이 정하지만 정작 불을 지를때는 아주 계획적이라고 하네요...
2. 이같은 방화광 증세는 보통 아동기 때부터 시작되는데 다소의 정신지체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알콜로 인한 중독, 또는 가출, 야뇨증, 동물에 대한 잔인성 등의 과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일종의 사회성 질환이라고 봐도 될까요?
또 생물학적으로는 뇌병변, 측두엽 간질, 아동기의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신경전달물질 이상이 생기면서 나타날 수 있으며, 정신사회적 요소로 가정 내 폭력이나 알코올 남용, 반사회적 경향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실제로 연쇄방화범에 대한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화범 전체의 83%가 257개소의 정신 감호소에 수감된 적이 있고 이들의 약 50%의 연쇄방화범들이 이전에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드러냈다고 합니다.
또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방화, 혹은 연쇄방화로 검거된 범인들은 대체로 저학력자, 노숙자, 실직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분들이 다 방화범은 아니겠죠)
3. 문제는 방화범이 무조건 불지르는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정신과학회 기준에 따르면 방화광들은 아무데나 막 불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아래 심사숙고를 한 뒤 불과 관련된 끔찍한 상황들을 떠올리며 그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며 대상에 대한 목적을 가진다고 합니다.
여기서 ‘목적’은 사실 목표 자체에 대한 원한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목적이 정해지면 그것에 대한 집착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계획적이라는 특성이 있다보니 불을 지르고 도망가기 쉽고 찾기 어렵게 만들며 이는 후에 범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불이 나면 어떻게 번질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이번 경우겠죠.
뭐 어쨌든 이런 질환이 있다고 하니 정치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쩌면 숭례문이 개방된 이후부터 방화범이 침투할 위험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돼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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