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옴니아 관련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전자가 속해 있는 삼성그룹의 산하인 삼성경제연구소가 안티 소비자에 대한 대응방침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1일 “산업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공급과잉, 기업의 과도한 마케팅이 오히려 소비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억제하는 반(反)작용을 유발하고 있다”며 “일부 비주류 이념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反소비 운동이 대중문화와 접목되면서 일반 소비자의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를 특정 기업, 브랜드에 대한 구매를 거부하는 협의의 개념에서 소비욕구 혹은 쇼핑의 즐거움을 상실했거나, 소비 자체를 반대하는 광의의 개념으로서의 ‘안티-소비(Anti-consumption)’로 정의하고 주변적인 사회현상이 아닌 중요한 경영환경 변화로 인식하여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안티소비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피로형’ 안티소비로 과잉 기능, 과잉 정보에 지쳐 소비욕구가 저하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 경우 ·‘고가치·저피로’를 핵심 키워드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은 최고 품질로 제공하되 피로를 유발하는 초과 기능은 과감하게 제거해서 대응한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문이다.
두 번째는 부정적 경험이 특정 대상의 소비를 억제하는 ‘트라우마형’ 안티소비다. 이 경우는 역(逆)스토리텔링과 고객관계 재구축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 또, 전형적인 소비자가 아닌 제품을 회피, 거부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심리적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는 상품·홍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세 번째는 과소비 문화 개선을 위한 반소비 움직임을 뜻하는 ‘계몽형’ 안티소비다. 라이프 사이클 연장 상품, 렌털 서비스 등 반영구적·공익적 상품을 출시해 과소비나 자원 낭비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소의 지적이다.
마지막은 비윤리적 제품과 기업에 반발, 항의하는 ‘감시·고발형 안티소비’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논리적·개방적 대응으로 여론 전환으로 반발의 근원이 사실이 아닌 루머라 하더라도 집단적 운동은 브랜드 명성과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소의 지적은 최근 삼성전자가 접하고 있는 상황에 잘 맞아 들어갈지는 의문이다. 특히 옴니아 사태에 부합하는 트라우마형 안티소비에 대한 고객관계 재구축을 삼성전자가 심리적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는 상품·홍보 전략을 모색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시·고발형 안티소비, 즉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 등 시민단체들에 대한 무대응 일관이나 최근 갤럭시S2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블로거의 글을 블라인드(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조치)로 대응하는 모습은 논리적·개방적 대응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과연 삼성이 연구소의 지적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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