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한나라당은 보수, 수구의 이미지가 강하고, 민주당은 진보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일반적인 이미지가 그렇다느 것이다) 그러나 최근 보수로 꼽히는 한나라당도 하지 못했던 의료민영화의 첫 테이프 끊기를 민주당에 나섰다. 정말 지난 참여정부 집권당시 민주노동당 등 야권에서 지적했듯이 ‘좌회전 깜빡이 키고, 우회전하기’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뜬금없는 소리로 비추기 전에 자초지종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문제의 발단은 민주당 이성남 의원과 최영희 의원(이분은 보건복지위원회)이 입법 발의 준비중인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청구및지급에관한법률’이다. 이 법의 골자는 바로 ‘제3자 지급제도’ 도입이다. 이 제도가 뭐냐 하면 바로 민영보험사들이 환자를 거치지 않고 병원에게 보험금을 직접 지급토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환자가 보험금을 타려면 우선 돈을 내고, 보험금을 민영보험사에서 받아야 한다. 지난 24일 이 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이미 열려 의료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일반 언론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어 나라도 한번..싶어 포스팅을 올려본다.
내용을 얼핏 살피면 소비자의 편일을 위한 보험제도 도입이다. 결코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속내를 뒤집어 보면 뒤집어진다. (참고로 이 글은 작년에 열린 ‘보험금 수령 원스탑으로 가능하다’ 토론회 자료를 참고로 했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며, 역시 이성남, 최영희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로 의료계가 아닌 보험업계 사람들을 중심으로 열렸다) 얼핏 보면 민영보험 키워서 의료민영화에 앞장서자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금 수령 원스탑으로 가능하다’ 토론회 자료 일부 발췌
◆ 개인의료정보 유출 심각
우선 첫 번째 문제는 보험금 지급을 위해 환자 정보를 병원이 민영보험사에 제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환자 개인정보의 유출은 현행법상 불법일 뿐 아니라 정신질환 등 과거 병력까지 보험사에 노출된다. 아니, 아예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안이 모색중이다.
국민건강보험은 본인의 건강상태에 관계없이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지급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본인이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수익에 따라서 보험금을 내면 건강보험적용 대상 질환에서는 대부분 보장해 준다. (물론 국민건강보험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아니, 문제가 많다. 다만 민영보험보다는 훨씬 나은, 차악(次惡)일 뿐이다)
지금도 민영보험사들이 정신질환자들의 보험가입을 제한하거나 허가하더라도 더 많은 보험금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자의 정보가 노출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 환자 심사를 돈주는 쪽에서 한다고? 그걸 믿어?
두 번째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바로 평가다.
현재 제3자지불방식 도입시 방식은 크게 3가지가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보험회사 중심의 체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경유하는 체계, 민영심사기구 중심의 체계다.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하나는 보험회사 중심의 체계다. 이 체계는 말 그대로 보험회사가 질병에 걸렸을 경우 직접 심사를 담당한다. 그런데, 까놓고, 보험회사가 돈 줄 사람이, 보험료를 열심히 깎으려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두 번째는 심평원을 경유하는 체계다. 이건 그나마 낫다. 심평원을 믿을수만 있다면. 다만 심사기록을 공유하게 될 경우, 개인의료정보 유출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세 번째는 민영심사기구 중심의 체계, 즉 정부와 회사가 심사기구를 만들고 여기서 보험료 지급을 심사하는 것이다.
◆ 식코가 먼나라 이야기가 아닐수 있다
말이 어려우므로(보험이 원래 좀 그런 부분이 있지만) ‘제3자 지급제도’가 통과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몇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K씨라는 가상의 인물이 A보험사에 가입할 경우를 예를 들어보겠다. K씨가 보험사에 암보험상품 가입을 문의하자 A보험사는 K씨의 과거 병력을 쭈루룩 흟어 보고 적정한 보험료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비싸다. 이유가 뭘까.
우선 K씨의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가족력 의심으로 보험료가 올랐다. 작년 건강검진 기록을 통해 K씨가 다소 몸무게가 많이 나가고 흡연 상태라는 사실이 확인돼 건강상태 블량으로 보험료가 또 올랐다. 그리고 제3자지불방식 도입으로 보험 심사료가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에 추가됐다.
그리고 보험사에서 책정한 보험위험율(환자 입장이 아닌 보험사에서 책정한)에 따라 금액이 추가됐고, 마지막으로 보험사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 운영비가 들어갔다. (이 부분은 지금도 우리가 내는 보험료에 들어간다)
그래도 K씨는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1년 뒤 암에 걸렸음이 확인됐다. 그래도 암보험에 가입했기에 안심했던 K씨. 그는 보험에 들었던 것을 안심했을까?
반대다. A보험사는 K씨의 보험급 지급을 거절했다. 그가 걸린 것은 경계성 암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씨는 이에 대해 승복하지 못했다.
우선 병원의 판단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병원에서 애매하게 판단했을 경우 보험사에서 나중에 보험료를 삭감할 수 있기 때문에 방어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즉, 암으로 판정했을 경우 보험사에서 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을 들이댈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병원이 환자편을 들어주겠는가. 환자를 암으로 많이 검사결과를 낼 경우 보험사에서 기피병원 내지는 특별심사대상으로 꼽기 때문에 불이익도 받을 수 있는데.
더 기막힌 것은 건강보험 혜택까지도 못 받게 됐다는 것이다. 최초 진단이 경계성 암이기 때문에 암치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경계성 암에서 보장받는 정도 이상을 못받게 됐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사태가 ‘제3자 지급제도’ 때문에 생길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가능하다.
위 사례는 민영보험체계가 발달한 미국의 의료보험체계를 비판한 영화 ‘식코’에서 나온 사례를 참고로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보험심사과정에서 어떻게든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기 위해 환자의 기록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심사원, 자궁암에 걸렸음에도 나이가 너무 젊어서 자궁암으로 보기 어렵다는 황당한 보험사의 판단 때문에 병원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온다.
◆ 민영보험사를 믿으라고? 차라리...
그러면 이제까지처럼 환자가 열심히 뛰어서 보험료를 타는 것이 옳을까? 사실 그것도 문제가 있기는 하다. 소액보험료 같은 경우 받기 귀찮기도 잘 몰라서 못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민영보험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 민영보험은 태생 자체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건강보험은 돈 더버는 사람이 더 내고, 민영보험은 더 많이 보장받으려는 사람이 더 내는 시스템이고 신체적 약자가 더 내는 시스템이다. 즉, 조금 과장하자면 일반인의 건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많이 버는 사람들의 돈을 더 아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좌)과 최영희 의원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예전에 삼성생명을 포함해 많은 민영보험사들이 팔았던 실제 한 상품의 이야기다.
예전에 여성용 상품으로 요실금 수술 받으면 수술비를 지급해 준다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건강보험이 요실금 수술비를 지원해주고, 의술이 발달하자 갑자기 수술비가 무지하게 낮아졌다. 어느정도였냐 하면 수술받고 보험료 받아도 돈이 남았다. 그래서 일부러 수술을 받는 이들(이쁜이 수술, 혹은 질성형 수술을 받고서. 이 수술이 뭔지 모르면 검색해 보면 안다)까지 나왔다.
이 상품은 구조적으로 설계가 잘못된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는 고객과의 약속이므로 보험사들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약관도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피해가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해 환자들이 진짜 이 수술을 받았는지 알아보려고 환자 개인정보를 뒤지고 (엄밀히 불법) 보험사기범으로 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진짜 보험사기범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보험사기범 잡자고 또다른 불법을 저지른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아닐까?
여기에 정부도 같이 쇼했다. 복지부가 요실금 수술 기준에 ‘요역동압’수치 상한선을 설정했다. 요역동압이란 것이 뭔고 하니 소변의 강도다. 즉 이 기준이 일정 이상이면 수술을 못받게 한거다. 이게 생쑈인 것이 요실금은 조금만 새도 요실금이다. 그런데 이 기준이 생김으로서 진짜로 수술을 받고 싶은 사람들도 못받게 됐다. 솔직히 정말 어이없는 사례다.
민영보험이란 것이 이런거다. 보험사들이 장사를 위해 만들어놓은 시스템이고, 만일 손해볼 것 같으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팽’해버린다. 그런데 여기에 심사를 맡기자고? 만일 심사를 공적기관에서 한다고 하면 심사파트에서 보험사는 아예 제거를 시키거나 의결권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심사비는 보험사가 물어야지 고객 부담으로 하면 안된다. (그게 가능하냐고? 글쎄)
◆ 건보료 올리는 것 밖에 해결책은 없지만...
따라서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민영보험 키워주는 정책이 아니라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을 키워주는 것도 어려움은 있다. 강제가입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올릴 경우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건보료 5만원 내고, 민영보험료 10만원 내면서 건보료 올려 보장성 올리자면 반대하는 사람들도 이해는 안간다만)
물론 단기적인 해결책은 있다. 정부가 미루고 지불안한 건보 보조금을 지불하고, 건보공단·심평원을 구조조정해서 축소하고, 의료비를 낮추면 된다. (최근 정부가 이걸 위해 약제비 인하정책을 발표했다.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대 못된다.
장기적인 해결책은 어쨌든 건보료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다만 보험료를 올리는 구간을 세분화 해서 하위소득구간은 적게, 상위 소득구간은 높이 올리고, 상위소득구간을 세분화 해서 확실하게 많이 번 사람들은 많이 내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건강보험 문제 많다. 문제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으로부터의 강제 징수부터 시작해서 과도한 수가 인하, 엄한 보험료(대표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끼워넣기 등등...(단, 난 안아픈데 보험료 많이 내기 싫다는 사람은 미국으로의 이민을 권하고 싶다. 이런 분들은 민영보험도 안들까?)
하지만 전 복지부장관, 현 복지부장관 내정자 자제분들도 불법인줄 알면서도 억지로라도 이용하는 건강보험이다. 그래도 좋아서 쓰는거 아닌가? 그렇다면 키워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발 정부가 국민적인 합의가 어렵다, 무리하다, 이런 이야기만 하지 말고 국민을 먼저 좀 설득해 봤으면 좋겠다.
특히 민주당은 좌회전 신호키고 우회전 한다는 이야기 듣기 전에 서민 편에서 좀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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