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지들이 아이폰에 대한 기사를 더 많이 썼지만 부정적인 기사만, 삼성 갤럭시S에 대한 기사는 긍정적인 평가만 내 놓았다는 것이다.
이 분석은 오늘 아이폰4의 판매량이 하루동안 13만대(예약판매 대기 물량이기는 하지만)를 기록했다는 뉴스와 함께 엇물려 더욱 흥미로운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참고로 본인은 LGU+에서 스마트폰도 아닌 아르고폰 사용자다. 노예계약 때문에 둘 다 못쓰고, 애플 제품 구입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출처 : 애플 공식 홈페이지
기자협회의 분석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사검색서비스인 카인즈(KINDS)에서 경제일간지에서 갤럭시S와 아이폰을 키워드로 검색한 것에 근거한 것이다.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프라임경제,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등 8개사에서 6월7일부터 7월31일까지 갤럭시는 총2003건이 나왔고, 아이폰은 3686건이 나왔다고 한다.
가장 많이 쓴 언론사는 매일경제로 856건, 머니투데이가 450건, 파이낸셜뉴스는 531건, 한국경제 488건, 이투데이가 436건, 헤럴드경제 393건, 서울경제가 335건, 프라임경제 197건 순이었다. 프라임경제를 제외하면 모두 갤럭시보다 아이폰 관련 기사를 배이상 많이 썼다고.
기사의 분위기는 6월 초, 중까지는 대부분 비교기사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아이폰 안테나 데스그립 논란(아이폰 하단을 잡으면 안테나 감도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 졌으나 스티브잡스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터진 6월27일부터는 아이폰에 대한 폄하가 주 내용을 이루기 시작했다.
기자협회가 공개한 제목을 보면 제목들이...일부는 스포츠*라*지 못지 않다.
‘성능 UP 아이폰4, 보안위험도 UP(파이낸셜뉴스)’
‘가짜 트위터에 속아 리콜 소동(헤럴드경제)’
‘수신불량 집단소송 조짐(매일경제)’
‘아이폰 업그레이드 버그로 체면구긴 애플(머니투데이)’
‘수신 불량 첫 손배소(매일경제)’
‘아이폰 새 OS 못쓰겠네(파이낸셜뉴스)’
‘KT 불똥튈라 바짝 긴장(서울경제)’
‘수신결함 이어 속도논란(매일경제)’
‘“아이폰4 도입 통신사는 실적 떨어질 것”(파이낸셜뉴스)’
‘영국서 ’아이폰4에 불붙어 화상(이투데이)’
‘디자인에 집착한 잡스, 아이폰4 결함 숨겼다(파이낸셜뉴스)’
‘자만이 독된 애플, 위기가 약된 삼성(헤럴드경제)’
‘아이폰4 리콜대신 고무케이스로 해결(매일경제)?’
‘애플 기자회견 놓고 쓴소리 봇물(서울경제)’
삼성 빨*아주기 기사는 대단했다. 역시 기자협회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렇다.
‘10명에 8명은 갤럭시S…없어서 못팔아요(머니투데이)’
‘기획-갤럭시S, 스마트폰 신화 새로 쓴다(이투데이)’
‘삼성전자의 힘 그 DNA는(헤럴드경제)?’
‘현존하는 최고의 스마트폰(서울경제)’
‘슈퍼 스마트폰 갤럭시S, 브랜드파워도 슈퍼급(헤럴드경제)’
그런데 이 기사들은 다들 알다시피 아이폰4 국내 출시 이전이다. 국내 출시 뚜껑이 열리자 마치 판도라의 뚜껑이 열린 것처럼 신나게 역대 휴대폰 판매 기록을 갱신했다. 18일 오전 6시 예약 주문 시작해 오후 8시 20분까지 13만명 이상이 예약 가입을 했다.
아이폰 매니아들이 아이폰4로 갔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질 못했다. 예약가입자 중 번호 이동이 46%였고, 보상기변이 30%, 신규가입이 20%였기 때문이다. 아이폰3G, 3Gs 사용자가 갔다면 30% 중에 속했을 것이고, 그나마도 일부에 불과할 것임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인터넷에서의 반응이 오버랩돼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폰과 갤럭시S 관련 기사는 가장 많은 네티즌들이 대립해 온 (일부 정치 관련 기사를 제외하고) 논쟁터를 제공해 왔다. 그중 가장 많은 리플 중 반복되는 것 몇가지가 있었다. 바로 소위 ‘애플빠’(혹은 애플매니아)와 ‘삼성알바·애플까’(혹은 갤럭시S매니아)사이의 대립이다.
결과적으로 ‘삼성 써 본 사람은 삼성까가 되고, 아이폰 써본사람은 애플빠가 된다’고 주장했던 애플빠의 승리다. 결국 아무리 갤럭시S를 띄워줘도 많은 이들이 아이폰을 선택했다. 이쯤 되면 애플 단점을 죽어라 지적했던 이들은 삼성알바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게 됐다.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흰색 ‘갤럭시S’로 ‘아이폰4’ 돌풍견제' 기사에 붙은 댓글들이다.
경제지들은 전혀 민심을 읽지 못했던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삼성 갤럭시S의 단점도 모른체하기 힘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아이폰 단점을 까면서 갤럭시S의 단점을 깔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지들이 갤럭시S를 띄워주고, 빨*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독자보다 광고주(삼성)가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에 경제지들이 갤럭시S 띄워준 것이 쪽팔릴까 라고 썻지만 솔직히 말하자 쪽팔릴 리가 없다. 예측은 틀릴수도 있다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언론의 속성이 그렇다. 같은 광우병 가지고도 나쁘다고 했다가 문제 없다고 하고, 문제 없다고 했다가 문제 있다고 논조를 바꾸는 것이 언론이다.
결국 제대로 된 언론을 키우고, 기자들의 펜이 날카로워지려면 소비자가 언론을 바꾸거나 언론 스스로 바뀌거나, 정책적으로 언론을 바꾸거나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것일까?
우리는 과거 많은 실험을 봐 왔다. 오마이뉴스는 독자들이 좋은 기사에 점수를 준다. 삼성 광고로 인해 기사 출판을 거부당했던 시사저널의 기자들은 시사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실험은 소수다.
언론이 광고에 좌지우지되는 한, 우리는 어떤 언론으로부터 솔직한 속내를 듣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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