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K씨 (여·30세)는 거래처를 방문 할 때 마다 무척 곤혹스럽다. 이유는 거래처에서 주는 커피 때문. 거래처 직원은 방문 한 손님에 대한 예의로 늘 맛있는 커피라며 K씨 앞에 향기 좋은 커피를 내 놓는다. 그러나 K씨는 커피를 전혀 못 마신다. 생각하고 주는 성의를 무시 할 수도 없어 하는 수 없이 마시는 척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커피를 마시고 나면 어김없이 두통이나 떨림증이 생긴다. 심할 때는 구토와 어지럼증까지 느낀다고 한다.
엊그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은 빈속이었던 탓인지 증세는 더 심해 심장이 요동치고 구토와 어지럼증이 생겨 도저히 근무를 할 수 없을 지경까지 됐었다.
“커피 마시면 마치 마약한 사람처럼 되요.”라며 울상을 짓는 K씨. 이어서 그는 “한때 외국 커피 전문점을 자주 애용하는 여성들을 ‘된장녀’라고 했는데 전 된장녀가 되고 싶어도 몸이 안 따라 준다.”며 농담을 했다.
커피 못 먹는 당신, 분위기 모르는 사람?
커피가 온 국민의 기호식품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전 인류의 3분의 1이 커피를 마시고 있고 선진국일수록 소비량은 크게 증가한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커피소비량은 연간 1.75kg(2005년)라고 한다. 우리나라 12세 이상의 사람 들 중 48.8%가 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조사도 있었다. 직장인들이라면 하루에 커피 4~5잔은 기본이라고도 한다. 또 커피는 ‘정신적 사치품’이라고도 할 만큼 식품이기에 앞서 문화적인 상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맛있는 커피나 특별히 제조한 커피를 찾아다니는 이들은 물론 아예 바리스타 과정을 밟는 이들 역시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커피로 정신적인 풍요를 느끼는 이들의 있는 반면 커피로 인해 심적,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바로 커피를 못 먹는 이들!!!
커피를 마시면 밤잠을 설칠 뿐 아니라 심장이 심하게 뛰거나 몸이 떨리고, 구토나 어지럼증을 겪게 되는 이들이 있다. 이는 모두 커피에 대한 과민반응 때문이다.
세란병원 소화기 내과 장준희 과장은“사람들에 따라 커피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켜 심하면 구토나 어지럼증을 느낄 수도 있다. 간에 있는 카페인을 분해하는 분해효소가 부족하거나 예민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커피는 맛과 향 뿐 만 아니라 순간적으로 각성을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 있다. 바로 카페인이다. 일반적으로 커피에는 100 mg정도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한다.
카페인은 온 신경을 긴장하게 하는 각성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의학적으로는 ‘중추신경계에 대한 흥분 작용’이라고 한다. 이는 말초신경계, 혈관, 내장, 골격근 등 전체에 영향을 미쳐 중추신경 흥분, 강심 작용, 이뇨 작용, 위산 분비 자극 등의 생리 작용을 일으킨다. 물론 건강한 사람일 경우 일반적으로 하루 200~300mg 이하의 카페인 섭취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카페인의 대부분은 간의 마이크로좀 효소에 의해 산화 분해되어 신장을 거쳐 24시간 내에 소변으로 배출된다. 평균 5~6기간 정도면 카페인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에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신체나 연령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임산부는 18시간 이상 머물게 되고 카페인에 대한 민감한 사람이나 체격이 작고 마른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평소 잘 먹지 않았던 사람의 경우에는 카페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때에는 지나친 신경과민이나 불안, 초조함, 흥분, 불면증 등의 증상이 겪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증상은 수기간이나 하루 정도가 지나면 사라진다. 또 커피를 못 마시는 이들도 지속적으로 섭취해 주면 분해효소가 증가해 이런 증상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굳이 부작용을 참아가면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없다고 충고한다. 물론 너무도 일반적인 음식 중 하나를 먹지 못한다는 것은 자칫 사회적인 불편함이나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부작용이 심하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
또 정상인이라고 해도 커피를 과다 복용하면 카페인 중독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카페인 과잉 섭취시에는 위궤양이나 심장질환 유발 될 수도 있다. 또 카페인 금단현상으로 가면상태, 피로, 두통 등의 증세를 겪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커피는 하루 3~4잔 이상 마시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정청은 카페인 일일섭취기준량을 성인의 경우 400mg이하, 임산부는 300mg이하, 어린이의 경우 체중 1kg당 카페인 2.5mg이하로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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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나만 못 먹어 슬프다’???
박카스만 마셔도 취한다 - 때로는‘박카스만 마셔도 취한다.’ 는 이들이 있다. 박카스 뿐 아니다. 콜라 같은 탄산음료나 코코아 같은 음료만 먹어도 심박수가 증가하고 어지럼증이나 불면증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이 역시 이런 음료 안에 들어가 있는 카페인 때문. 카페인에 지나치게 민감한 이들일 경우 소량의 카페인에도 이런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초코렛만 먹으면 두통이 - 단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들이 있는 반면 초코렛을 먹으면 두통이 생긴다는 이들도 있다. 특히 초코렛은 편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초코렛 안에 들어가 있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성분이 뇌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편두통이 있는 이들은 초코렛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 밖에도 아질산염이 들어있는 베이컨이나 햄 혹은 타이라민(tyramine)이 함유된 치즈나 적포두주를 마실 경우 편두통을 일으키는 이들도 있다.
매운음식 못 먹으면 남자도 아니다? - 한국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매운맛이다.고추장이나 김치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먹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이들도 있다. 26살 C군은 매운 음식은 입에도 못 댄다. 때문에 김치는 물론 떡볶이나 라면 같이 매운 음식은 전혀 먹지 못한다. 학생 때야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지만 군대에 가니 문제가 달랐다. C군의 군생활은 그야말로 매운 음식과의 사투 였다고 한다. 제대를 하고 나서도 문제는 종종 생긴다. 20대가 넘어가면서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고 하면 마치 어린아이의 음식투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운맛은 일반적인 맛을 느끼게 하는 혀의 미각세포가 아닌 통각세포로 인해 전달된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5번째 뇌신경인 삼차신경으로 느끼는 일종의 통증인 것이다.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은 “이런 통증은 개인차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역치가 낮은 사람은 소량의 매운 맛에도 통증이 유발되고 이런 음식을 아예 거부하는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습관이나 매운 음식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운 음식으로 인해 위장관이 심한 자극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 당시 통증에 대한 기억으로 매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긴장이 되고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움말 : 세란병원 내과 장준희 과장, 신경과 채승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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