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너는 내운명’이 백혈병을 왜곡,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5일 “(‘너는 내운명’의 백혈병 설정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흥미진지하고 긴장감을 높이는 설정일지 몰라도 백혈병 환자나 그 가족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설정”이라고 비판했다. 그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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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을 앞둔 너는 내운명은 시청률이 40%를 넘고 있는 인기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극중 설정은 아래와 같다.
주인공인 장새벽을 모질게 괴롭혔던 시어머니 서민정과 자신을 버렸던 생모 정미옥 모두 어느 날 갑자기 백혈병에 걸렸고 골수이식을 급하게 받아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시어머니와 막내이모 골수가 일치했지만 막내이모가 임신을 이유로 골수기증을 거부하여 타인 골수를 찾고 있는 중인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새벽이 HLA유전자검사(=조직적합성검사)를 했더니 골수가 일치하여 시어머님에게 골수를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골수기증 등록을 했던 장새벽이 생면부지의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주기로 동의하였지만 시어머니에게 골수를 주기 위해서 골수기증을 거부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거부당한 그 백혈병 환자가 바로 생모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새벽이 시어머니와 생모를 두고 누구에게 골수를 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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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는 어떨까?
극중 '장새벽'역의 윤아(소녀시대 그 윤아 맞나?)
과거 실제로 1997년 한국에서 일치하는 골수를 찾아서 이식을 받았던 미공군 사관생도 성덕바우만도 극중 주인공 이금과 동일한 ‘만성골수성백혈병’이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글리벡’이라는 항암제를 먹으면 95% 이상 장기생존이 가능하고 학교생활, 사회생활 등에도 문제가 없어서 더이상 골수이식을 받지 않는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약을 제때 복용하고 잘 관리하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된 것이다.
물론 글리벡 내성이 생겨서 가속기, 급속기로 진행하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지만 글리벡 내성을 치료하는 신약도 몇 개 더 개발되어 시판되거나 임상시험 중이고 그 효과도 탁월해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급속기로 진행하여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따라서 만성골수성백혈병 중에서도 ‘급속기’라는 설정은 조금 비현실적이고 ‘급속기’라고 하더라도 먼저 글리벡 내성신약으로 먼저 치료한 후 효과가 없을 때 맨 마지막 단계에서 골수이식을 선택한다.
정말 마지막 단계에 이른다면 골수이식을 받는다 하더라도 완치율은 5%대로 극히 저조하다. 즉, 대부분 사망한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최근 골수이식을 통한 완치율이 높아졌고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글리벡과 같은 표적항암제의 등장으로 약으로 극복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러 2000년 ‘가을동화’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더 이상 백혈병이 불치병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심어준 백혈병 및 골수기증에 관한 잘못된 인식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지금도 분명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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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는 내운명이 백혈병과 골수기증에 관한 잘못된 내용을 방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백혈병 및 골수기증의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의학적 자문을 통해 백혈병과 골수기증에 관한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왕에 ‘백혈병과 골수기증’이라는 예민한 소재를 선택한 이상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를 보고 있을 수많은 백혈병 환자와 그 가족들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으로, 더 나아가서는 백혈병과 골수기증에 관한 잘못된 상식과 편견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 것을 고민해야 하는 의무는 있다는 것이 백혈병 환우들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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