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최진실씨의 사망이 온통 지면을 뒤덮다 못해 이른바 '최진실법' 발의까지 정치권에까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분위기는 최씨에 대한 동정이다. 지금도 너무 아름다운 미소로만 남아있는 최진실씨. 그러나 그 죽음만을 슬퍼할 수는 없다.
연휴의 시작을 '최진실 자살'이라는 이슈에 뒤덮혀 보내다 보니 주변에서 이야기만 하면 온통 '자살'에 대한 이야기다. 아는 지인들도 이렇게 묻는 이들이 많았다. "최진실 죽음 어떻게 생각해?"그러나 나는 최씨의 자살에 동정심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왜 죽었냐며 화를 내고 욕을 했다.(쌍욕이야 아니지만)
자살한 이유에 대해서는, 악플에 대해 정치적인 논란이 어쨋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한다.그러나 나는 이 자살이 또다른 사람의, 그리고 나 자신에게 우울함을 불러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최씨에 대해 욕했다. 사실 내가 더 잘살기 위해서, 그리고 나에게 최진실의 죽음을 묻는 이들에게 잘 살라고다.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좋다, 그것이 살아가는 방법이라면 어쩔수 없다. 최씨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까지 잃을 수는 없다. 죽음이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최소한 그 이상으로 미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최진실보다 불행한 이들을 내 주변에서 훨씬 많이 알고 있다. 직업상 환자들을 많이 만나기 때문이다. 물론 남보다 덜 불행하다고 해서 자살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쉽게 동정하고 같은 불행의 구덩이에 빠지는 것만큼 우려스러운 것은 없다. 차라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고 기운을 엇는 것이 위선일지라도 차라리 낫다.
그리고... 최씨와 같은 이들이 더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바로 베르테르 현상을 우려해서다.
이번 사건과 더불어 '베르테르 효과'도 상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유명해 졌다. 유명인의 자살이 타인의 심상에까지 영향을 끼쳐 자살에 이르는 이까지 나오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 한다는 것을 이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베르테르효과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된 자료중에도 이런 자료가 있다.
- 故정몽헌(2003년8월) : 남성자살자 수 737명(7월)→ 855명(8월)
- 故이은주(2005년2월) : 여성자살자 수 240명(2월)→ 462명(3월)
- 故유니,정다빈(2007년1~2월) : 여성자살자 수 289명(1월)→ 534명(2월)
- 故안재환,최진실(2008년9~10월) : 최근 모방사건 발생 보도 급증 - 故안재환씨 사건 이후 자살상담 건수 2배 증가
- ‘보건복지콜센터 129’ 자살상담건수 : 220건(8월) → 439건(9월)
실제로 오늘 베르테르 현상의 희생자로 짐작되는 이가 나왔다. 과거 진실게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장채원씨다. 그냥 장씨를 안타까워 하기는 쉽다. 죽음으로서 모든 괴로움을 접겠다고 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본인 주변에 또다른 장씨를 만들기는 싫다. 장채원씨가 얼마나 어려운 인생이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진실씨를 동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자살 소식을 듣고 내 가까운 이들까지 우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욕을 하든, 욕을 듣든, 차라리 그런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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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본인과 정말 친했던. 본인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던 친구다.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이 크리스마스이브다.
그 친구가 살아 있을 때. 대학시절 약속을 한 것이 있다. 서로의 장례식장에 가면 크게 웃어주기로. 어쩌면 그 친구는 살아갈 날이 짧았음을 예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본인은 장례식장에서 웃어주지 못했다. 아니 울지도 못했다. 그저 넋을 잃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그 친구는 자살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젊은 나이에, 20대를 미처 채우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에 본인에게 너무도 큰 충격이었다.
한동안 그 친구가 떠난 뒤 슬펐다기 보다는 아무것도 느낄수 없었다.그리고 한동안 그 친구가 장난이었다며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 물론 그 친구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저 마지막 입관히기 전의 그 얼굴이 현실속에서 본 마지막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죽음이란 한 사람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든다.
이제 최진실을 그만 보내주고 차라리 욕을 하자. 왜 더 살지 못하고 그런 길을 택했느냐고. 왜 죽었는지는 경찰들에게, 그리고 우울증으로 인한 폐해는 의사들에게, 그리고 정치인의 몫으로 남겨 놓자. 그리고 현실을 살자.
혹여나 최진실법을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음을 미화하지 말고 그 의미를,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을 수습할 수 있는 생각을 하자.
그리고 "왜 죽었냐 차라리 그 힘으로 살지"라고, 뻔한 말이지만 그렇게 외치고 우리는 살자. 유치하지만 '자살을 꺼꾸로 하면 살자'라고 한다는 것을 되새기자. 진짜 흔한 말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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