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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내 인생의 배경음악]

그시절의 커피숍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는

내 인생의 배경음악 ④ - 룰라의 ‘내가 잠 못드는 이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대학교 1학년 시절은 얼마나 잘 노느냐가 성공적인 대학생활의 과제였다. 물론 과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때는 당연하게 학사경고 쌍권총 정도는 한번 차 줘야 대학생활 잘했다고 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고방식은 지금도 그렇게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방에서 시작한 대학생활은 꽤 즐거웠다. 돈이 많거나, 예쁜 여자친구가 있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이었다. 그냥, 돈이 없어도 없다는 사실이 즐거웠을 정도니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고 하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겟지만, 실제로 기억에 남았던 일은 방학에 자취방에 남았다가 먹을 것을 살 돈이 떨어져서 소금에 깨 섞은 것(깨소금?)만 먹고 며칠을 버텼다거나, 돈 1000원을 꾼 것을 가지고 밥은 안 사먹고 담배 사 피우고 선배들 집 찾아다니면서 밥 사달라고 한 일, 겨울에 가스가 떨어져서 전기밥솥에 물만 넣고 끓여서 버티다가 문에 얼음이 얼어서 열지 못해 다른 친구들이 들어오지도 못했던 일 등등... 의 에피소드 들이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풍경 중 하나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이다. 지금처럼 별다방, 콩다방이니, 카페베네니 그런 브랜드들이 없었던 시절의 커피숍이지만, 학교 후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장점으로 인해 미팅 장소로 자주 활용되던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시급 천 얼마인가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고등학교 때 하던 아르바이트에 비해서도 헐값 알바였지만 별로 고생스럽지 않은데다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시간 때우기 좋았다는 점 등 장점이 있어 몇 달인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15년전 일이니 자세한 기억이 안난다고 탓하지 말아주길) 이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주 다투었던 것은 바로 커피숍에 틀어 놓는 음악이었는데, 본인은 서태지 3집을, 친구는 룰라 1집을 주로 선호해 자기 타임만 되면 판 갈아끼우느라고 신경전 아닌 신경전을 했었다.

그때 룰라 1집에서 ‘그나마’ 본인이 가장 많이 선호했던 곡이 바로 ‘내가 잠 못드는 이유’였다. 크라잉랩이라는 생소한 분야(지금도 이런 분위기 곡은 없지 아마?)의 ‘내가 잠못드는 이유’는 고영욱이 “왜에~ 이제 그런 날들이 내게 다시 돌아올 수 없나~”라는 부분이 압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따라 하기 힘든 곡이었던 만큼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친구놈이 불러 일행들 사이에서 스타가 되기도 했다. (그 일행들이 남자들 뿐이었다는 것은 좀 아쉬웠다만)

그런 대학교 1학년 시절은 본인의 길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자유 분방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아마 지금은 그렇게 살라면 피곤해서 못 할 정도로 즐겁게, 놀고, 마시고 했었다. 맨날 나이트(3인이 1만8000원을 내면 콜라 3병을 주던) 가서 (남자들끼리)춤추고, 냉장고에는 당시 다른 이들에게는 생소했던(지방이어서 그랬을지도) 버드와이저를 가득 채워놓고 행복해 하는, 어찌 보면 ‘꼴통’ 스러운 생활 속에서 배경음중 하나가 됐던 ‘내가 잠 못드는 이유’는 노래처럼 별것 아닌 일에 신나고, 슬펐던, 생각없었던, 그래서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당시 룰라의 멤버 중 하나였던 신정환의 몰락(?)KBS 방송 금지곡으로 지정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 그 당시 추억 중 하나가 퇴색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픈 것은. 그때 그 시간은 돌아 올 수 없기에 더욱.

룰라 1집 CD 자켓 / 출처 : 다음뮤직


레게의 뿌리(Roots of Reggae)라는 뜻을 가진 룰라(Roo'ra)는 1994년 100일째 만남으로 데뷔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이 당시 더 레게를 먼저 도입한 가수들은 닥터 레게 등이 있지만 대중화시킨 것은 룰라임이 분명하다. 이 앨범 중 ‘내가 잠못드는 이유’는 최고의 히트곡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노랫말과 울음섞인 목소리의 특이한 ‘크라잉 랩’으로 나름 인기를 끌었다.

룰라 멤버들은 작년 7월 한 방송에서 최고의 룰라송으로 이 노래르 꼽기도 했는데, 실제로 괘 팀 내에서는 애정이 있었던 듯. 2집 ‘날개잃은 천사’에서 후속편에 해당하는 ‘그후로 3년후(내가 잠못드는 이유 II)’를, 5집 ‘The Final’에는 ‘뚝! (내가 잠못 드는 이유 III)’를 연속되는 개념으로 넣기도 했다. 하지만 고영욱은 ‘당시 크라잉랩의 울부짖는 소리가 창피했다’고 털어 놓기도.

최근 KBS는 신정환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룰라 1집까지 모두 방송불가 처분을 내렸는데... 좀 오버가 아니었나 싶긴 하다. 물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은 강력하게 차단해야 한다는데는 찬성하지만 같이 노래부른 가수들은 무슨 죄인지...(노래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가수가 문제되서 곡을 중지시킨 사례는 드물다. 아마 스타골든벨 방송 펑크 등 손해 본 것들이 많아 보복성 조치가 아니었을지.)

참고로 신정환은 2집까지 참여 했다고 한다. 다만, 1집처럼 많은 부분참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룰라 원년 멤버. 좌로부터 이상민, 김지현, 고영욱, 신정환 / 출처 : 다음뮤직

흐~

(야 왜물어? 무슨 기분 나쁜일 있었니?)

아니야 넌 몰라도 돼 말 시키지마 지금 기분 최악이란 말이야~

우~

그녀와 처음만난 그때처럼 분위기가 좋던 Raggae Bar에서

둘이서 다정히 손잡고 얘기할 수 있던 사이였는데

왜 이제 그런 날들이 내게 다시 돌아올 수 없나

어휴~

그토록 다정했던 우리 사이를 되찾으려 애도 많이 써 봤어

전화도 많이 걸어보고 안써봤던 편지도 써봤어

집앞에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추워 덜덜 떨면서

잠들어 버린적도 있었지~

(흐흐흐~)

그녀는 이제 나를 안보겠데

그게 그리 크나큰 잘못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질않아

~(흐~어휴)

(아~ 그랬었구나! 도대체 그런데 왜 헤어졌니?)

그게 사실은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길 잘 들어봐

그녀는 내가 없는 차가 있었어 하지만 면허증은 나도 있었다~

그녀는 나를 믿고 운전대를 맡겼지 나는 그냥 폼을 내고 싶었어

경제속도 80에 100으로 달렸어 이번에 조금더 속력을 내려다

어떻게 됐겠니? (어떻게 됐니?)

멀리서 경찰아저씨가 나보고 오래 난 면허증을 제시했을때

내가 그녀보다 나이가 어린걸 들키고 말았어 들켜버린거란 말이야

그녀는 그런 내가 싫었었나봐 (그래서 그녀는 이제 널 정말 안보겠다니?)

어~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봤지만 그 후론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

(아~그게 네 고민이었구나!)

3년만 기다리면 내나이도 스물 셋 그때되면 내고민도 사라지겠지

우와~

조금만 기다려 내 나이도 금방 스물 셋이 된단 말이야

(그랬구나! 그래 니 심정 이해해)

(이제 그만 가서 자라)

나는 못자 ... 내 얘기도 끝까지 나들어주고 ... 어휴~

* ‘내 인생의 배경음악’은 노래의 평론이 아닌 노래와 얽힌 제 삶의 편린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 글들은 작가탄생동호회 회원들의 팀블로그 ‘Ms.G와 Mr.S의 깊은오해’(http://www.greematha.wo.tc/)에 동시 포스팅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