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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국정감사]과도한 약처방, 결국 의사 목 조른다

지난6월 EBS ‘다큐프라임’에서 ‘감기’편을 본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치료제가 없는 감기에 약을 처방하는 이상한 우리나라의 의료계를.

당시 감기에 걸리지 않은 가짜 환자를 열과 기침, 콧물, 가래가 있는 초기 감기환자인 것처럼 꾸며 국내 7곳의 병원에서 처방을 받게 한 결과 적게는 2.2알에서 많게는 10알의 약을 처방해줬음이 드러났다.

반면 미국, 영국, 네덜란드, 독일 병원의 의사들은 단 한 알도 약을 처방해주지 않았다. 대신 외국의사들은 "담배를 줄이고, 휴식을 취하고 비타민을 섭취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각 나라마다 의료환경이 다른 것은 간과하고, 단순한 비교실험만으로 한국 의사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약을 지나치게 많이 처방하는 것처럼 방송했다”며 반론보도·정정보도 신청 또는 손해배상청구에 나서겠다고 밝힌바 있다.(결론은 어떻게 났는지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병의원 과다청구 문제를 지적한 백원우 의원. 장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장.




이번 국정감사중에 이같은 문제가 다시 부각됐다. 우선 아래 자료다.

구분

2002 1/4

2006 1/4

2007 1/4

2007 1/4

전체

4.51

4.21

4.13

4.12

종합전문

3.43

3.32

3.3

3.32

종합병원

4.1

3.97

3.92

3.9

병원

4.19

3.97

3.89

3.94

의원

4.62

4.32

4.24

4.22

이 자료는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한번에 처방할 때 멀마나 많은 약을 처방하는지 평균을 낸 자료다. 그렇다면 외국은? 백원우 의원실에 따르면 호주1.3개, 독일 1.7개, 일본 2.2개, 미국1.7개, 이탈리아 1.6개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약을 어떻게 처방하나. 단적이지만 비교해 볼만한 자료가 있다. 역시 백원우 의원실 자료다.

구분

전체

종합전문

종합병원

병원

의원

2007년 1/4분기

60.5

29.2

47.51

57.16

62.49

2008년 1/4분기

58.7

30.18

47.21

57.2

60.4

이 표는 바로 약에 소화기관용약, 즉 소화제를 한번 처방할 떄 넣는 비율이다. 매번 소화 관련 환자가 올리는 없으니 매번 이렇게 소화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이다. 약을 많이 먹으니 소화 잘되라고 소화제도 주는건가? 하여간 이런 약들이 처방되고 있으니 환자들에게 많은 약을 처방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에서 약이 얼마나 많이 처방되는지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최영희 의원 자료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1처방 당 의약품이 6품목에서 9품목까지 처방된 건수는 359만7198건이었고, 10~11품목은 35만9203건, 12~13품목은 10만9301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1처방 당 14품목 이상인 처방전도 4만1707건이었고, 특히 20품목 이상 처방된 경우도 838건에 달했다.

20품목의 경우, 1일 3회 복용을 가정할 때 최대 60개 의약품을 하루에 복용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과다처방 문제를 지적한 최영희 의원. 장소도 같은 심평원 국정감사장.


사실 이 문제는 건강보험공단재정에 영향을 끼친다. 즉 이렇게 소비되는 약값 때문에 (공단은 병원에서 처방하는 70~90%의 약값을 부담한다) 우리는 병원에 가서 내지 말아도 될 돈을 내게 된다.

또 수많은 약들은 당연하게도 결국 우리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어쨌든 많은 약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을리 없다.

워낙 많은 약을 먹어서 내성이 많아져서 많은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가능하겠지만 결국 그 많은 약들은 또다시 내성을 길러 더 많은 약을 처방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환자가 약을 좋아해서라는 말은 조금 우습다. 환자는 결국 처방해 주는대로 먹는다. 만일 “환자들이 약이 안나오면 불안해서...” 라고 말한다면 의료계가 항상 이야기 해 오던 ‘진료권’을 주장하면 된다. 진료권은 정부에 주장할 때만 쓰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사실 우리나라는 의약분업 체계이기 때문에 약을 많이 처방한다고 해서 의사들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지적하고 싶은 것도 있다. 보험급여율이 낮아서 의료계가 어렵다고 한다. 보험 보장율이 낮아서 비급여(보험 적용이 안되는 시술)를 자꾸 개발한다고 한다. 그런데 보험 보장은 어디에서 빠져나가는가. 결국 이런데서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해 의사들의 처방행태가 결국 의사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