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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병원vs민영보험사, 건들면 터진다?

0. 허허... 전에 올린 글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 내용상 짐작 못했다면 거짓말이지만 너무 많이 오셔서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원래 쓰려고 했던 것은 대한의사협회와 건강보험공단 사이의 ‘수입 들춰내가며 면박주기’의 문제점이었는데 댓글을 보니 약간은 옆으로 샌 느낌도 드네요. (^^;;;)

뭐 블로그니까 블로그답게 회사 입장을 떠나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의료계 분위기를 계속해서 적어나갑니다. 응원해주시는 글은 당연히 환영하지만 항의글도 환영합니다. 근거없는 욕설은 자제해 주시길 바라지만요, ^^


1. 최근 병원들과 민영보험사들의 관계가 수면 아래서 점차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깁니다. 생각보다 공개 안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많아 언젠가 크게 터질 폭탄 같은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게다가 대통령 당선자님 덕분에 민영보험사들이 더 활성화 될 조짐이 보이고 있으니 조만간 민영보험사들과 의료계의 충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우선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면이 바로 자동차보험입니다. 자가용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하나씩은 들고 있는 이 자동차보험으로 인해 병원들이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뭐가 문제냐 하면, 보험사들이 제대로 돈을 지급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병원에서 돈을 지급하지 않는 비용이 웬만큼 큰 병원은 10억원 정도(-_-b) 된다고 합니다. 나중에 보험협회쪽 이야기를 들으니 언론에서 화제가 될 듯 하자 이를 갚으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 다 해결 됐다는 이야기는 못들었습니다.

그런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면 바로 ‘일단 분쟁심의회에 밀어넣기’, ‘무조건 깍고보기’ 신공(?)덕분이랍니다. 일단 무조건 문제가 있다며 소위 ‘분심’이라 불리는 보험금심의위에 밀어 넣는 거죠. 들린는 풍문에 따르면 D보험사가 이같은 신공의 원조이며, 최근 다른 보험사들도 따라하려는 분위기랍니다.

일단 심의에 들어가면 언제 해결될지 모르기 때문에 보험사는 상당한 시간을 끌 수 있죠. 운만 좋으면 더 적게 지급할 수도 있구요. 덕분에 분심은 항상 민원이 밀려있는 상황이랍니다.


2. 그 다음 신공의 소유자는 바로 K보험. K보험사의 특기는 의사·환자 묶어서 보험사기꾼으로 몰기입니다. 예를 들자면 병원에 부정청구가 있다며 적합한 처치인지 아닌지 (보험사에서)판정을 내린 뒤 환자까지 함께 ‘보험사기’으로 몰아붙이는 거죠.

실제로 한 환자분은 “나는 의사가 시킨대로 했을 뿐 부정청구 한 것 없다”며 항의했다가 그만 실형을 살게 된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물론, 보험사가 내라는 돈 다 낸분들은 돈만 냈을 뿐 무사했구요. 아, 환자분이 부정청구 했다고 판정난 돈은 약 300만원선. 300만원에 전과자가 된 겁니다. 아직도 재판은 진행중이구요.

더 안타까운 것은 이분이 든 보험은 저축성이라(아마도 제테크를 생각하셨었던듯) 상당액을 보험사에 넣어 놨었는데, 이 금액도 몽땅 다 못받게 됐습니다. 시쳇말로 ‘안습’인 상황이죠.

이런 상황이다보니 병원과 보험사가 사이가 좋을 수 없죠.

아 물론 사이가 좋은 병원도 있습니다. XX보험지정병원이라는 곳들인데요. 웬만하면 이런데는 가지 마세요. 보험사 입맛에 맞게 처방전을 써주는 곳들이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픈몸 부여잡고 병원에 갔는데 안아프다고 판정을 받은 뒤 나중에 다른 병원에서는 안좋다는 판정을 받거나, 전에 없었던 병을 기왕증으로 만드는 등 보험사 입맛에 맞춰 처방을 내는 곳들도 있다고 합니다. 모두 그런 곳은 아니겠지만 실제 피해자들이 있으니 웬만하면 안가는 것이 좋겠죠.

저도 말로만듣다가 일산B병원의 경우 그런 결론을 내린 경우를 실제로 확인했는데요, 보험협회측에서는 “서류착오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이쯤되면 믿거나 말거나.


3. 병원과 보험사의 불편한 관계는 이외에도 더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화제가 됐던 요실금보험이 그 대표적인 사례죠. 요실금치료받으면 돈준다는 보험이 치료비보다 보험지급비가 더 많아지자 보험사쪽에서 병원에 환자 개인정보 내 놓으라는 사태까지 갔었죠.(여성분들 요실금 수술한 내용 등이 보험사에 흘러간다면 참으시겠습니까? -_-a)

뭐 이런 식으로 나열하기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만... 본질적으로 돈을 사이에 둔 대립이다보니 만만치가 않은 상황입니다.

사실 일부 문제는 어떻게 보면 의료의 발달을 보험쪽이 못따라잡아서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수백만원하던 요실금치료가 몇 년만에 100만원 안쪽에 해결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실제로 이 보험기획한 S생명 관계자는 책상을 비웠다는 소문이...)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환자 생명이 경각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에서까지 이 병이 기왕증이니 뭐니 따지는 상황이니 문제가 심각한 거죠. 일반 병원은 치료하고는 봐야 하는데... K대학병원은 이제 자동차보험환자는 안받고 싶다고 하소연하더군요.


4. 이같은 문제들이 이제까지 화제가 안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험사가 돈줄을 잡고 있기때문이죠. 심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원하는데로 진단서를 써준 병원은 다른 환자까지 보험사가 돈을 내주는 식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해준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문제가 될 것 같자 바로 병원은 돈을 돌려 줬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이야기들을 하면 보험협회에서는 오히려 “보험사기는 심각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너무 관대한것 같다”며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만일 보험사들이 이를 다들어주다 망하면 어떻게 하느냐구요. 뭐 보험사들의 재정상황이 어떤지는 솔직히 전 관심 없습니다. 전 경제기자가 아니거든요. (무책임...-_-;)

반면 병원에서는 건강보험 환자가 훨씬 편하다며 비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보험이 사보험에 비하자면 그래도 지급해 달라면 잘 지급해 주거든요. 사보험이 활성화 되면 아마도 이같은 논란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병원 관계자들도 계실 정도입니다.

물론 최근 의료산업화 논의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사보험 활성화는 빠질 수 없기도 합니다. 경제 논리로 봐서 민영보험의 활성화도 곧 진행될 듯 하구요.

그러나 과연 그런 방향의 발전에 있어서 문제점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으면 병원측의 반발은 곧 수면위로 올라올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의료계 관계자들의 예측입니다.

환자요? 그 과정에서 고래등에 새우등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