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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영리법인병원 재추진, 이것만은 짚고 가자

지난 2008년 상당한 논란의 대상이었던 영리법인병원이 올해 재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관련법도 상정됐고, 이 법은 상정 되자마자 각 위원회 심의에 회부됐다. 초고속이다. 어쩌면 올해 안에 최초의 영리법인병원 설립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관련 기사:제주영리병원 논란 ‘제2라운드’ 돌입하나)

이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의료민영화는 인터넷 괴담”이라며 영리병원 설립을 옹호하고 나섰다. (관련기사:괴담에 갇혀버린 의료선진화 논의)

문광부의 설명은 이렇다.

1. 의료민영화는 인터넷 괴담이다. 당연지정제는 계속된다.

2. 영리법인이 의료기관 설립하면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3. 영리법인병원 생긴다고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안된다.

4. 민영의료보험법 정리도 의료민영화 논의 때문에 늦어진다.

5. 건강보험료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정부도 동감한다.

그러나 이같은 문광부의 주장은 국내 의료계 환경을 무시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주장으로 다소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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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우선 ‘인터넷 괴담’수준으로 발달한 것은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 부분도 인정해야 한다.

일단 의료민영화가 인터넷 괴담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한의사협회가 한나라당이 보낸 질의서에 대해 이 후보 캠프에서 보낸 답변서에서 시작됐다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이 후보는 당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자율단체계약제로의 전환에 대해 찬성하며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전면 재검토와 보건의료계 전반에 걸쳐 합의와 조율을 통해 새로운 제도의 틀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함께 변재진 복지부 장관이 “현행 당연지정제를 임의지정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던 것이다. 즉 인터넷 괴담이라기에는 실체가 분명히 있었던 논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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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도대체 어떻게 만들껀데?

영리법인병원에 대한 논의는 진행하기 앞서 국내 공공병원의 비율이 낮다는 점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은 약 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계속해서 민영화하고 있다. 의료가 민영화된 미국도 공공병원이 14%만이 영리병원이다.(14%가 공공병원이 아니다!)

물론 이 논의는 더욱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병원이 과연 영리병원인가 공공병원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병·의원은 국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영리병원이라고 부르기는 뭐하다. 그렇다고 공공병원이라고 부르기에는 병·의원이 개인재산이라는 점에서는 공공병원이라고 볼 수도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문광부는 영리법인병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이 부분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즉 완벽한 공공병원을 일정비율 이상 만들어 놓고 영리법인병원을 추진할 것인지, 국내 환경에 맞는 영리병원을 만들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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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인상, 제대로 짚었다

반면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정리나 건강보험료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점은 제대로 맥을 짚었다고 본다.

우선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정리는 솔직히 시급한 문제다. (이는 너무 많이 다뤘던 주제고, 앞으로도 많이 다뤄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

건강보험료 보장성을 올려야 하는 것도 제대로 짚은 문제다.

사실 건강보험 보장성을 올리면 민영의료보험 논의도 필요 없다. 소액만 지불하면 된다.

문제는 신용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대부분(난 안아프니까 건강보험료도 내기 싫다고 주장하는 철없는 몇몇을 제외하면)공감하지만 논의가 깊이 들어가면 의료계는 “보장성 올리고 수가를 내리는 것 아니냐”, 국민들쪽은 “보험료만 올리고 수가는 조금 올리는 것 아니냐”며 불신을 표하고 있다.

일단 의료계와 국민들 모두 공감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1. 건강보험료를 올려주고 보장성도 올려야 한다.

=> 건강보험 보장성은 80~90%로 맞추자는데 의료계와 시민계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료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다.

2.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은 수가를 올려서 타과대비 수익을 보전해 줘야 한다.

=> 다만 얼마나 보전해 줘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다.

3. 정부는 지원하기로 한 건강보험료를 다 내줘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료의 20%를 지원해주게 돼 있지만 이 20%가 예상치의 20%이기 때문에 이를 핑계로 현재까지 2조6000원 가량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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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에서 일단 의료선진화 논의를 괴담으로 규정하고자 한다면 일단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가야 한다. 결국 의료민영화 논란은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상실에서 촉발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믿지 못한다고 탓하지 말고 “그때는 잘못 생각했었다”고 차라리 인정하는 것 낫다.

그리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현 정부가 잘못끼운 첫단추를 다시 끼우는 움직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