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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DUR 도입되면 개인정보 유출된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운영하는 DUR시스템에 대한 의료계가 반발하며 헌법소원을 진행중이다. DUR시스템에 이처럼 의료계가 태클(?)을 걸고나선 이유는 DUR시스템이 진료권을 침해하고 환자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다는 것이다.

뭐 일반인들 입자에서야 의료계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크게 관심이 안가겠지만 개인정보, 그것도 의료관련 정보가 새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쯤 관심을 가져 보길 바란다.


우선 DUR이란 무엇인가부터 잘 알 필요가 있다. DUR이란 Drug Utilization Review, 직역하자면 약물사용평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DUR시스템'이라고 쓰고 약물처방조제지원 시스템으로 해석하고는 한다.

그러면 무엇을 지원해 주는가. 바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 때 중복처방, 병용금기, 연령금기에 걸리는 항목을 처방하지않도록 지원해 준다. 즉 똑같은 약을 또 처방하지 않도록 해주고 같이 쓰면 안되는 약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주고 어린이들에게 처방하면 안되는 약을 처방하지 않도록 해 준다.

그런데 의사들은 왜 여기에 태클을 걸고 나섰을까. 뭐 간단하게 말하자면 강제로 위에 나열한 각종 금기를 처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이유다. 사실 시스템 도입 자체는 찬성이다. 그러나 이게 강제라는 것이 불만을 사는 것이다.

문제는 환자들의 개인정보문제도 함께 걸려있다는 점이다. 사실 일반인 입장에서 본다면 이게 훨씬 심각한 문제다. 처방 강제 문제는 의료인의 문제이지 일반인들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물론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여파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DUR시스템은 도입됐지만 아직 전면적인 도입은 되지 않았다. 3단계중 이제 겨우 1단계가 도입됐을 뿐이다. 문제는 바로 3단계다. 3단계가 되면 DUR체크시 모든 전국의 병의원들의 병용, 연령 금기를 체크하게 된다.

문제는 바로 병용 금기와 중복처방 금지다. 3단계까지 이행시 의사, 약사 혹은 그에 준하는 전국 5만여명의 의료전문가가 '주민번호만 알면' 모든 이들의 병용금기, 중복처방 체크가 가능해진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눈치 빠른 사람은 눈치 챘을 것이다.

바로 주민번호만 있으면 모든 이들이 현재 무슨 약을 쓰는지, 혹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어떤 상황인지 대략적으로 짐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이런거다.

# 상황 1.

A양은 서울대병원에 가서 임신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A씨는 임신을 강원도에 있는 그의 연인이자 의사 B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B씨는 그녀를 보지도 않고 알았다. 어떻게 알았냐고? 갑상선 약을 DUR시스템을 통해 처방해 본 결과 처방금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임산부에게는 갑상선 약을 처방하지 못한다.)

# 상황 2.

연예인 C군은 최근 난감한 상황이다. 주민번호가 인터넷에 우연히 공개 되면서 그가 남들에게 밝히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병력까지 전부 공개가 됐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는 것을 들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라고 묻고 싶지만 정답은 간단하다. 그의 팬인 한 대학병원의 레지던트 D씨가 그를 대상으로 DUR을 체크했기 때문이다. 임질에 쓰이는 약을 처방해 본 결과 중복처방에 걸린 것을 확인한 D씨는 그의 팬을 그만두었음은 물론이고 PC방에서 결과를 인터넷에 올렸다.

# 상황 3.

최근 다소 여유가 생겨 실손형민영보험에 가입하려는 E씨. 그러나 그는 민영보험사에서 가입을 거절당했다. 화가 난 E씨는 보험사에 따지러 갔다. 그러나 보험사는 오히려 E씨를 사기꾼이라며 그녀가 현재 복용하는 약들의 종류를 내밀었다. 그 약 리스트에는 당뇨병 약 복용이 체크돼 있었다. 다른 이에게 보험증을 빌려 줬던 탓이다.

사기꾼으로 몰리기까지 한 E씨는 그제서야 보험 가입서류에 주민번호를 적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민영보험사 소속 의사(혹은 약사)가 주민번호를 이용해 DUR체크를 통해 주요 약물 복용 여부를 체크한 것이다.


며칠전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의 보험 담당 부회장님과 인터뷰를 했다. 관심 있는 분은 한번쯤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 문제는 이같은 문제를 의사들만이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계나 약계, 특히 시민단체들은 이 문제에 정말 관심없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의료계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DUR도입을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이유가 뭘까. 이 문제가 별로 심각하지 않아서? 그건 아닌 듯 하다. 예전에 전자카드식 주민등록증의 도입을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이다. 전자카드식 주민등록증의 해킹 위험도 만만치 않지만 DUR체크의 전 의료기관화도 꽤 위험한 발상이다.

그보다는 의료계와 현재 시민단체들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하는 일에는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 것 아닐까. 어쩌면 의료계, 직접적으로 말해 대한의사협회의 소위 '정치력'문제가 아닐까.

하여간 헌법소원은 이미 시작됐다. 의협 회원의사 2200여명이 참가했단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일단 주민번호만으로 내가 먹는 약이 대략적으로 알려지는 그런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