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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지역감정 못 버리면 정부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삼국시대부터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과거 대한민국의 구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들먹였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착실하게 우리나라를 좀먹어 가고 있다. 바로 ‘지역감정’이야기다.

오늘날 지역감정은 서울과 지방, 경상도와 전라도 등에서 주로 나온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역감정은 당장 뭔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흔한 말로 좁은 땅에서 뭐 그리 다툴 것이 많아서 이렇게 싸우나 싶은 수준이지만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심각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 LH공사 이전, 정부에 항의해도 소용 없는 이유

오늘(13일) LH공사 이전 지역이 진주로 확정발표 됐다. 원래 경상도인 진주와 전라도인 전주에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로 각각 나누어 보내기로 했던 것이 LH공사로 합병되면서 한군데로 몰아서 보내게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진주로 보내기로 했던 국민연금공단을 전주로 보내는 ‘꼼수’로 지역감정을 달래보려 했지만 진주측에서의 반발이 적지 않다. 진주는 앞서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무산으로 이미 정부에 불만을 품은 바 있다.

공사 들어오면 많은 인구가 따라오기 때문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된다. 그런데 주겠다고 정부가 약속했던 것을 이리저리 바꾸고 있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진주와 전주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각 지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둘이 합쳐서 정부를 비토할까? 아니면 서로의 지역까지 미워하게 될까? 아쉽지만 후자가 가능성이 높다.

떡의 개수는 정해져 있는데, 주는 사람을 이긴다고 해도 남은 떡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앞에 있는데 어떻게 손잡을 수 있을까. 둘 사이의 합의안이 나온 뒤에 정부를 상대하지 않는 한 이제 지역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은 벽을 향해 달리는 치킨런과 같다. 자존심을 접고 둘이 손잡지 않는 한 어느 한쪽도 이익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정부가 아무리 미워도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

◆ 한나라당 지지한 탓에 구미단수사태 발생? 야권은 뭐했나

최근 구미 단수 사태 관련 기사에 붙는 댓글들을 보면 지역감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구미 지역은 경상도, 한나라당 지지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4대강 공사의 문제 때문에 단수 사태가 벌어졌다. 과연 구미 지역민이 정부를 비토하고 나설까?

그러나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미지역민들에게 쏟아진 것은 오히려 비난이었다. 그렇게 한나라당을 지지하더니 결국 한나라당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 아니냐 자승자박 아니냐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구미지역민들에게는 결국 정부와 타 지역, 특히 전라도가 밉겠지만 과연 결국 어느 쪽 손을 잡을지 생각해 보면 뻔하다.

단순히 인터넷 내에서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전라도민들로부터 지지받는 민주당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문제라는 성명은 냈을 망정 아무런 움직임을 하지 않았다. 타 당도 마찬가지다. ‘인정’을 중요시 하는 나라에서 현장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면 구미지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일본을 생각해 본다면 아무리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 ‘독도는 우리땅’을 주장하는 가증스러운 모습을 본 뒤 처럼 구미지역민들도 아무리 도와줘도 결국 선거철에는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실망이다. 야당 어디에선가 아무리 포퓰리즘, 생색내기라고 비난받을지라도 생수한통이라도 들고 찾아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트위터에서는 인근지역에서 생수를 싣고 가 배달했던 사례가 있었다)

◆ 지역끼리의 ‘빅딜’이 필요한 이유

물론 본인은 경상도와 전라도 어느 쪽에도 속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어느 한쪽의 심정을 절대로 이해한다고 함부로 이야기 하지 못한다. 선입견도 특별히 없는 편이고, 면접 담당자가 됐을 때도 출신지는 아예 보지도 않는 편이다.

그러나, 개개인은 몰라도 지역별 성향에 대해서는 지역색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선거철만 되면 온통 파란색으로 뒤덮이는 한나라당과 노란색으로 뒤덮이는 전라도를 보면서 저절로 “허얼~”하는 소리가 입에서 나온다. 어떤 인물이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오는지는 거의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이같은 지역색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져 갈 것이라는 낙관론을 갖고 있던 시절도 있었다. 특히 경상도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경남 김해시 출신에 부산상고 출신)이 민주당 당적을 갖고 당선 됐을 때는 앞으로 지방색이 많이 희미해 지겠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순진한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디에 어떤 정부기관을 보내는지 가지고도 싸우는 오늘날의 모습을 보면 아무도 지방색이 옅어지는 일이 쉽다고는 못할 것이다.

적의 적은 적이라는 말이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사이가 나쁜 것은 이해할수는 없지만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정책에 불만이 있다면 정부를 상대로 항의해야 하지 내 것을 빼앗아 갈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정부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쳐다보지 말고, 지역끼리의 빅딜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야권이 적극적으로 나서 끌어 앉아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무모한 도전’이라며 피하지 말고.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지만...그냥 희망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