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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만료/→대충 뉘우스

엠바고와 기자단에 대한 단상(부제 : '돌발영상' 사태 관련 '낚시'글)

0. 엠바고와 기자단에 대한 문제가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 뭐 저도 이번에 엠바고와 출입기자단에 관련된 내용으로 낚시질을 좀 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화재에 편승한 낚시성 글입니다. 심각하게 안봐주셨으면 합니다. 절대 시사적인 글이 아닙니다.)

제가 몸을 담고 있는 메디컬투데이는 건강과 관련된 종합 일간지입니다. 때문에 취재 영역을 보건과 복지에 관련된다면 어디든 출입을 합니다. 즉 보건복지가족부 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기관, 협회 등에 출입신청을 한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우리도 엠바고와 기자단에 관련된 문제들을 많이 겪게 됩니다. 단순히 복지부만 중신적으로 취재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자주 가지 않는 곳도 취재하느라 취재단에 속해 있지 않으면 엠바고 자료를 내주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가 많거든요. 그래서 이번 문제가 다른세상 이야기 같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1. 우선 엠바고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엠바고란 어떤 사안에 대해 어느어느 시점에서 보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취재원과 기자간의 약속입니다. 이같은 엠바고는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관련 단체들이 대부분 차용하고 있습니다.

엠바고에는 세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대부분의 엠바고는 날짜를 지정해서 언제언제까지 보도해 달라는 식으로 나옵니다.

이 엠바고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매체는 엠바고 반나절 전에, 오프라인 매체는 엠바고 시점부터 보도 가능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엠바고는 보통 월요일 조간부터, 화요일 석간부터 라는 식으로 적혀 나옵니다. 이때 누군가 엠바고를 깨면 다른 매체에서도 일제히 통보가 가기도 합니다. 엠바고가 깨졌으니 그냥 다 보도해 달라고요.

이런 엠바고가 깨지는 경우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중요한, 혹은 화재성 있는 뉴스일 경우 어느 매체가 고의로 깨면는 경우입니다. 어디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주요 매체의경우 의도적으로 엠바고를 깨기도 합니다. 황우석 박사의 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어느 매체가 직접 취재한 내용일 경우 그냥 내는 경우 입니다. 보도해 달라고 해서 보도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엠바고 관계 없이 쓰는 겁니다. 즉 써달라고 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쓰는 것이죠.

물론 기자가 실수로 엠바고를 깨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도 사람이다 보니 잘 못보고 내보내는 경우죠. 저희는 이런것 발견돼서 항의 들어오면 바로 내립니다. -_-;

2) 두번째 엠바고는 행사 이전에 행사 취재를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자료를 내보내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언제언제 행사(혹은 발표)를 할 예정인데, 이 시간 이후로 내보내 달라는 식의 엠바고 입니다. 바로 이번에 화재가 된 엠바고가 이런 것입니다.

물론 이런 유형의 엠바고는 사실 확인이 나중에 한번 더이뤄져야 합니다. 사실 확인이 없으면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나가는 기사들도 적지않습니다만...)

다만 이번 문제에 있어서 엠바고를 깼다고 봐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이 있습니다. 엠바고란 어느어느 시점에서 기사를 내 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이 YTN은 엠바고는 지킨 셈이거든요. 다만 소위 '오프 더 레코드', 즉 이야기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은 깨진 셈입니다.

3) 마지막 엠바고 유형은 기자단에서 정한 임의의 엠바고 입니다. 주로 중앙일간지로 구성된 기자단에서 정하는데요, 참여정부에서는 이를 담합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주로 판결과 관련된 엠바고에서 문제가 되더군요. 사실 법정에서 이미 판결이 난 경우인데 일부 매체에서 판결이 난 것이니까 기사화하면 (이런 경우 공식적인 엠바고란 것이 있을수가 없지요.) 기자단에서 항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답니다.



2. 두번째는 기자단에 대한 설명 입니다.

어떤 블로거님께서는 청와대 기자단을 해체하라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만 솔직히 기자단이라는 자체가 구습의 한 단면이면서 어찌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제가 몸담고 있는 메디컬투데이는 어느 기자단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솔직히 그때문에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며 각 부처나 단체의 홍보팀에도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게 된 이유는 매체의 특성 탓입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자리가 좀 부적절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기자단은 보통 간사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간사의 허락이 있으면 기자단에 속하게 되며 홍보팀을 통한 연락이 간사를 통해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보통 간사는 소위 힘 있거나 전통적인 매체의 기자가 담당하게 됩니다.

이같은 기자단은 매체를 몇가지로 나누어 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소위 '일간지'와 '전문지', 혹은 오프라인 신문과 인터넷 매체로 나눠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대부분의 매체들은 이같은 기자단을 존중해 주기를 원합니다. 기자단이 존중 받아야 소위 '나와바리' 유지, 텃세 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을 모아 중요 발표를 하거나 하다못해 식사를 할 때도 기자단을 통해 통보하고는 합니다.



3. 이같은 엠바고나 기자단이란 사실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의 언론매체들이 자리잡으면서 생긴 일종의 악습입니다.

물론 엠바고는 편의성을 위해, 동시에 여러 매체에 전달하기 위해 생긴 어쩔수 없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단에서 임의로 정한 엠바고나 행사 내용에 대한 사전 유출은 자신들끼리의 무한경쟁을 피하기 위한, 행정기관에서나 볼 수 있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의 발로라고도 볼 수 있죠.

또한 기자단은 구세대에서 신세력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악화되고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홍보 담당자입니다. 사실 기자단은 공식적인 단체가 아닙니다. 즉 홍보 담당자는 기자단을 배려할 수는 있어도 굳이 기자단 때문에 일정을 변경하거나 기자단을 꼭 존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접한 홍보 담당자들은 상당히 기자단을 두려워 합니다. 기자단에 소속되지 않으면 출입처 등록을 꺼리는 공공기관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공공기관에서는 "악습인 것은 안다"면서도 어쩔수 없다고 표현하시더군요.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면서 1인 미디어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아마 공공기관 취재의 어려움을 느껴 보셨을 것입니다. 인정된 기자가 아니면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발전시켜 본다면 바로 이 엠바고가 걸린 정보나 기자단의 운영이 바로 현재 거대 미디어를 키운 장본인이나 다름 없습니다.



4.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매체도 언젠가는 이 기자단 대열에 합류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기자단 대열에 합류해 있지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이야기들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물론 어느정도 정보 통제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엠바고나 기자단 중 일부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아예 취재원쪽에서 정보를 가지고 원하는 매체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언론을 통제하려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자단 운영에 대한 폐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대안이 필요할 수는 있다도 생각합니다. 적어도 정보가 주요 일간지 위주로 흐르는 현 언론 행태를 고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